美 젊은 보수층, ‘MAGA 모자’ 대신 레이건 티셔츠 선택

레이건·부시 로고 티셔츠의 부활
미국 보수 성향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최근 ‘Reagan Bush 84(레이건 부시 84)’ 티셔츠가 눈에 띄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티셔츠는 1984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과 러닝메이트 조지 H. W. 부시의 캠페인 로고를 단순하게 새긴 복고풍 디자인이다. 당시 두 사람은 민주당을 상대로 49개 주를 휩쓸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티셔츠를 찾는 세대가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정치적 의미와 함께 레트로 패션 흐름 속에서 이 티셔츠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물”로 소비하고 있다.
“좌파 기득권에 대한 반항”
대학생 키런 래피는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이 티셔츠를 구입했다고 밝히며,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 대부분이 진보적이었기에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반항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티셔츠를 입는 건 기득권에 반대하는 젊은 보수주의자들과 함께한다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레이건 티셔츠는 단순한 의류 아이템을 넘어 보수 진영 청년들의 정체성 선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MAGA’와 다른 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화당 소속이지만, 그가 내세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는 공격적이고 분열적인 이미지로 평가된다. 반면, 레이건 티셔츠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세대가 트럼프의 직설적 표현보다는 과거의 역사적 승리를 기념하는 방식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체 게바라 티셔츠의 보수판?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오랫동안 ‘저항’의 아이콘으로 유행했던 것처럼, 레이건 티셔츠는 그에 대응하는 보수판 상징 의류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록밴드 티셔츠나 체 게바라 티셔츠의 보수적 변주”라고 표현하며, 미국 젊은 층의 복고 트렌드와 정치적 자기표현 욕구가 맞물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 티셔츠는 "로널드 레이건 재단 웹사이트에서 약 25달러(한화 약 3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또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다양한 유사품이 등장해 인기를 더하고 있다. 단순한 복고풍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사람도 많지만, 일부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적극적으로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와 패션의 교차점
이번 현상은 정치가 단순히 선거 구호와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이건 티셔츠는 과거 보수 진영의 승리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오늘날 젊은 보수층에게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안전한 상징물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보수층 청년들이 공격적 정치 프레임 대신, 역사적 인물과 향수를 매개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정리하면, 레이건 티셔츠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젊은 보수 세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정치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과거의 상징물과 복고적 감성을 통해 진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