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음원 규제, 과연 합리적인가
![상점 지붕 위에 앉아 캐럴을 듣고 있는 산타.[AI생성 이미지]](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216/1765876619899_686520159.png)
“6월에 한 번 물었었죠. 왜 내 노래가 안 나오냐고요.”
그리고 12월이 됐다. 크리스마스를 불과 며칠 앞둔 지금도 거리는 여전히 조용하다.
쇼윈도는 반짝이지만, 귀에 먼저 들어오는 건 캐럴이 아니라 발걸음 소리다.
산타는 다시 한 번 질문을 꺼낸다.
“이제는 정말, 이유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 6월엔 ‘이유’를 물었고, 12월엔 ‘합리성’을 묻는다
지난 6월, 산타뉴스는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이유를 짚었다.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원인은 저작권료 부담이었다.
2009년 이후 공연권 기준이 강화되며, 매장에서 음악을 틀 경우 작곡가·작사가뿐 아니라
가수와 음반 제작자에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대부분의 매장은 이미 월 정액 방식으로 음악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고, 15평 미만 소형 매장은 공연권료가 면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도 자체가 캐럴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틀 수 없는가’가 아니라, ‘틀기 어려운가’다.
■ 캐럴을 멈추게 한 진짜 요인들
현장에서 점주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건 다음 세 가지다.
소음 규제 : 매장 외부 스피커 재생 시 민원 및 과태료 위험
에너지 절약 정책 : 문을 연 채 음악을 틀 경우 단속 가능성
상권 구조 변화 : 거리 체류 감소, 실내 중심 소비 전환
캐럴은 법으로 금지된 적이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틀면 신경 쓰이고, 안 틀면 안전한 음악’이 돼버렸다.
■ 그런데 해외는 왜 다를까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다르다.
영국
런던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지자체가 공공 공간용 캐럴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저작권이 정리된 음원을 중심으로, 시간대·음량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해 민원을 최소화한다.
독일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캐럴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전통 캐럴 다수가 저작권이 만료된 공공 문화 자산으로 관리되며,
캐럴은 상업 음악이 아니라 계절 문화 행사 요소로 분류된다.
일본
일본은 상점가 단위의 공동 저작권 계약이 일반적이다.
개별 점주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전체가 같은 캐럴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캐럴은 ‘분위기 연출’이 아닌 지역 활성화 수단으로 취급된다.
■ 쟁점|캐럴 음원 규제, 과연 합리적인가
한국의 캐럴 규제는 ‘강한 금지’라기보다 일괄 적용의 문제에 가깝다.
캐럴은 일반 대중음악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되고, 계절성이나 문화적 기능은 고려되지 않는다.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규제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캐럴을 연중 상시 음악과 같은 잣대로 다루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처럼 일정 기간(12월 초~25일) 정해진 시간대 제한된 음량이라는 조건을 둔 한시적·조건부 허용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구조는 캐럴을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자발적 침묵을 유도하는 규제에 가깝다는 평가다.
■ 산타의 두 번째 한마디
“나는 노래를 크게 틀어달라고 한 적은 없단다.
다만 겨울이 왔다는 걸 사람들이 서로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을 뿐이야.”
■ 조용한 겨울이 정말 더 나은 선택일까
캐럴 음원 규제 논란은 음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공간에서 문화와 규제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6월에는 ‘왜 사라졌는지’를 물었고,12월에는 ‘이게 정말 합리적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