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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세시풍속이 바뀌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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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대신 가족친화적 명절로
설날이 변하고 있다. 차례상에서 식탁으로, 의무에서 공감으로, 설날이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가족 친화적 명절로 거듭나고 있다.


 

    설날 — 차례상에서 식탁으로


전통과 변화 사이, 가족 친화적 설날의 

새로운 의미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큰 명절이자, 한국인의 시간 감각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해 온 세시풍속의 핵심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설날의 풍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명절에서 모두가 부담 없이 함께하는 가족 친화적 명절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설날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며 덕담을 나누는 날이었다.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더하고, 윷놀이나 연날리기 같은 놀이를 통해 가족과 이웃이 어울렸다. 이러한 세시풍속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공동체 질서를 확인하고 세대 간 가치를 전승하는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설날은 누군가에게 ‘부담의 날’로 인식되기도 한다. 장거리 이동, 과도한 차례 준비, 가사 노동의 편중, 세대 간 갈등은 명절 스트레스를 키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2) 씨는 ‘설이 다가오면 반갑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가족을 만나는 건 좋지만 준비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설날의 현대적 의미는 의무보다 ‘관계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고, 가족 식사 중심으로 명절을 보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박모(35) 씨 부부는 ‘차례 대신 아이와 함께 떡국을 만들고 산책을 한다.설이 오히려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전통의 붕괴가 아니라 ‘재해석’이라고 설명한다. 

가족학자인 이모 교수는 ‘세시풍속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사람 간 유대이다. 형태는 달라져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면 설날의 정신은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명절을 누군가의 희생 위에 유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설날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차례와 의례를 가족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둘째, 명절 노동의 공평한 분담을 통해 ‘모두가 쉬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세대 간 비교나 질문 대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명절 덕담 역시 성취 중심에서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 사회 차원의 시도도 눈에 띈다. 일부 지자체는 명절 기간 공동체 프로그램이나 소규모 가족 참여형 문화 행사를 운영해 고립감을 줄이고 명절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 최모씨는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설날도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설날은 변하고 있다. 그러나 변해야 할 것은 형식이지 마음이 아니다. 

조상을 기억하고 현재의 가족을 돌보며,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라는 설날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차례상에서 식탁으로, 의무에서 공감으로, 설날이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가족 친화적 명절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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