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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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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이미 저만치 지나온 길이 아니라 아직 가 보지 않은 미지의 길일지도 모른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 — 인생은 어쩌면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일이다

 

살다 보면 문득 길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온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떠나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텅 빈 방으로 돌아온 저녁, 자식들이 제 삶을 찾아 떠난 후 적막해진 식탁 앞에 앉았을 때,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젊은 날에는 길이 많아서 고민했다.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누구를 사랑하고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지…….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길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 멀리 왔고, 돌아가기에는 늦었으며,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인생에는 지도에 없는 길이 있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고, 어디에 도착할지도 알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두렵지만 바로 그곳에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지나온 길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어디에서 넘어졌는지, 누구에게 상처받았는지, 어떤 선택을 후회했는지 기억한다. 그러나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에는 실패의 기억이 없다. 그곳에는 가능성만 있다.

 

예순에 그림을 시작할 수도 있고, 일흔에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평생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을 위한 작은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 거창한 도전이 아니어도 좋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치고, 미뤄두었던 여행의 기차표 한 장을 사는 것도 새로운 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아니다.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일이다.

 

늦은 길에도 꽃은 핀다

 

우리는 너무 자주 남의 시간표로 자신의 인생을 판단한다. 누구는 벌써 성공했고, 누구는 좋은 집을 마련했으며, 누구는 편안한 노후를 준비했다고 비교한다. 그러다 보면 내 인생만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마다 계절은 다르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가을에야 향기를 내는 꽃이 있다. 빨리 피었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늦게 피었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조금 돌아왔다고 해서 잘못 온 길은 아니다. 그 먼 우회로에서 만난 사람과 눈물과 상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지나온 삶을 너무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길이 있었기에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는 작은 갈림길 하나가 남아 있다.

한쪽에는 익숙하고 안전한 길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이 있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멀리

 

새로운 길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따라온다. 그러나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지키고 싶은 삶과 만나고 싶은 내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의 어느 나이에도 완전히 늦은 출발은 없다.

 

오늘이 남아 있다면 아직 해볼 일이 있고, 마음속에 작은 설렘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인생은 도착한 사람에게만 박수를 보내는 여행이 아니다. 넘어지고 쉬었다가도 다시 일어나 자기 길을 걷는 사람에게 더 깊은 의미를 건넨다.

 

그러니 너무 먼 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오늘은 그저 문을 열어보자. 익숙한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 끈을 다시 묶어보자.

그리고 한 걸음만 내디뎌 보자.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도, 아직 보지 못한 풍경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도 어쩌면 그 길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이미 지나온 길이 아니라,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은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다음 페이지는 쓰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오늘도 저 멀리 작은 길 하나가 우리를 부른다.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나는 아직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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