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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국수로 피어난 희망, ‘참 아름다운 동행’의 따뜻한 기적

산타뉴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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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33개로 시작한 봉사, 400명의 손길로 자라난 나눔의 공동체
[사진제공 서울예대]
나한희 대표 [사진제공 서울예대]

울 강북의 한 골목길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한결같이 따뜻한 손길이 이어진다. 

도시락과 국수를 손에 든 봉사자들이 “오늘도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 그곳에는, ‘참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가 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서울사이버대 노인복지전공 출신 나한희 대표다. 

그는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제 삶을 더 단단하게 해준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봉사는 10여 년 전, 종로의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나르던 작은 경험에서 시작됐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직접 단체를 세웠다. 

처음에는 33명의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전하던 것이 지금은 100여 명, 국수 나눔은 150여 명에게 이어지고 있다.

 

“1만 원 후원자 300명만 있으면 꾸준히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는 말끝마다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도시락을 나르던 손길이 점점 모여, 이제는 지역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후원자는 늘었지만, 그보다 더 자란 것은 마음이었다.

 

나 대표의 기억 속에는 잊지 못할 장면도 있다. 

도움을 드렸던 한 어르신은 독립운동가 이시영 선생의 손자였다. 

본인도 참전용사였지만,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어 무연고자로 처리될 뻔했다. 

나 대표는 그 소식을 듣고 직접 장례를 도왔고, 끝내 그분은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었다. 

그는 “그날의 일은 제 삶을 바꾼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나 대표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방송 이후 후원자 수는 100명에서 400명으로 늘었고, 단체는 한층 안정된 기반 위에 서게 됐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응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덕분에 이제는 끊기지 않는 봉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의 다음 꿈은 ‘치매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스웨덴처럼 어르신들이 존엄을 지키며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습니다.”

 

서울사이버대에서 배운 지식은 그의 실천에 뿌리를 내렸다. 노인복지전공에서 배운 정책·현장학습을 토대로 그는 현실의 문제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해결했다. 

“작은 도전이라도 시작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좋은 사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의 도시락으로 하루를 버티고, 따뜻한 인사를 통해 삶의 온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사이버대 노인복지전공은 그가 몸소 증명한 ‘배움의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단위 실습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복지·노인복지·복지경영 등 다양한 전공을 연결하고, 이론과 현장의 간극을 줄여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한희 대표 같은 실천가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거리에선 찬바람이 불지만, 나한희 대표의 도시락 가방 속에는 온기가 담겨 있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더 견딜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봉사의 이유가 된다.


그를 돕는 400명의 마음은 거창하지 않지만, 작은 손길이 모이면 세상은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기사를 읽는 산타의 마음에도 그런 생각이 피어난다. “내가 가진 온기 중 일부라도 나눠볼까.”
그 한 걸음이 또 다른 이의 내일을 밝히는 불씨가 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희망은 여전히 조용히 살아 있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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