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성탄 앞두고 ‘종교 연대의 빛’ 밝혔다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불 켜진 크리스마스 트리등 [사진제공 대한불교조계종]](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219/1766076346085_891747080.jpg)
대한불교조계종이 성탄절을 앞두고 종교 간 연대와 평화를 상징하는 크리스마스트리 불을 밝혔다. 조계종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열고, 종교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점등식은 조계종이 2010년부터 매년 이어오고 있는 종교 간 연대 행사로, 성탄절을 계기로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 책임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트리에 불이 켜진 시간은 저녁 무렵, 점등된 트리는 성탄절인 25일까지 조계사 앞을 밝힐 예정이다.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성균관, 천도교, 천주교, 개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신도들이 참석했다. 각 종단 대표들은 종교를 넘어선 연대의 필요성과 사회적 책임을 공통된 화두로 꺼냈다.
진우 스님은 축하 메시지에서 성탄의 의미를 특정 종교의 언어에 가두지 않았다. 그는 예수의 이웃 사랑과 불교의 자비 정신이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며, 종교 간 화합이 갈등을 줄이고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등식 현장은 과장된 연출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종교 지도자들의 인사말과 함께 트리 불이 하나씩 켜졌고, 조계사 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종교 행사이면서도 특정 신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조계종은 이 행사를 통해 종교의 역할을 ‘말’이 아닌 ‘현장’에서 찾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전쟁과 재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신념의 확산보다 연대와 실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실제로 조계종은 연중 취약계층 지원과 재난 구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점등식 역시 특정 종교 홍보가 아닌 사회적 연대의 상징 행사로 기획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은 조계사 앞을 오가는 시민들에게도 열려 있다. 종교를 떠나 연말의 풍경으로, 혹은 잠시 멈춰 서서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빛이다.
연말의 불빛은 언제나 화려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크기보다 의미다.
서로 다른 종교가 한자리에 모여 같은 빛을 밝힌 장면은, 말보다 조용한 설득력을 남긴다.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배제하지 않아도 가능한 연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계사 앞 트리의 불은 성탄의 장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에 가깝다.
그 빛이 지나가는 겨울밤의 풍경 속에서 오래 머물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