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렬·신봉선·김신영·졸탄, 부산서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출연료 전액 기부하며 코미디에 남긴 스승의 뜻 잇는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811/1786449967396_62487773.jpg)
한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꼭 눈물일 필요는 없다. 평생 사람을 웃기는 일을 고민했던 코미디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고 전유성의 1주기를 앞두고 그와 인연을 맺었던 후배들이 부산에서 다시 그의 이름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에는 추모의 말보다 그가 가장 오래 붙들었던 ‘웃음’으로 답한다.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부코페) 조직위원회는 11일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부코페는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이홍렬과 신봉선, 김신영, 개그팀 졸탄의 이재형·한현민·정진욱이 공연에 참여하며 출연료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출연진의 면면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다. 이들은 모두 전유성과 저마다 다른 시간과 방식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홍렬은 생전 전유성이 각별히 아꼈던 후배로 알려졌다. 신봉선과 김신영은 그에게 직접 코미디를 배운 후배들이다. 졸탄은 전유성이 이끌었던 코미디시장 극단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세대도 다르고 웃음을 만드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향하는 곳은 같다. 자신들에게 코미디를 가르치고 후배들이 설 자리를 고민했던 선배를 무대 위에서 기억하는 것이다.
공연은 팀마다 약 20분씩 맡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다. 한 사람의 생애를 일대기처럼 재현하기보다 각자의 코미디로 전유성을 떠올리는 방식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추도식이 아니라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획 취지다.
특히 출연자들은 공연에서 받는 출연료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힘써온 고인에게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주자는 뜻을 모았다. 기부금 역시 전유성을 기리는 취지에 맞는 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돈의 액수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선택이다. 공연을 하고 출연료를 받는 통상적인 무대의 순서를 뒤집었다. 자신들의 재능으로 스승을 기억하고, 그 대가로 받은 몫까지 다시 사회에 내놓기로 했다.
전유성이 후배들에게 남긴 것은 유행어 몇 개나 방송 장면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코미디를 시도하고 후배들이 공연할 공간을 고민하며, 방송 밖에서도 웃음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던 코미디언이었다. 이번 공연이 단순한 추모 행사를 넘어 한국 코미디의 세대가 이어지는 장면으로 읽히는 이유다.
그의 말년에는 건강 문제도 있었다. 공개된 방송 등을 통해 건강이 이전 같지 않은 모습이 전해졌고, 2024년에는 급성 폐렴과 부정맥, 코로나19 등으로 여러 차례 입원한 사실도 알려졌다.
2025년 6월 공개된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 출연은 생전 마지막으로 공개된 매체 출연으로 알려졌다. 방송 밖 공식 석상으로는 2024년 조세호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일이 그의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전해졌다.
그의 건강을 걱정했던 후배들의 모습도 남아 있다. 김대희는 유튜브 콘텐츠 ‘꼰대희’에 출연한 전유성에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웃음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진심을 전했다. 평소 캐릭터를 유지하던 방송의 분위기와 달리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의 마음이 드러났던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후배들이 다시 꺼내 든 것도 결국 코미디였다.
이번 무대는 전유성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긴 설명으로 대신하지 않는다. 그에게 배운 사람들이 무대에 서고, 관객을 웃기고, 그 무대에서 얻은 출연료를 다시 내놓는다. 스승이 평생 해온 일을 후배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셈이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는 이후 남원에서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번의 추모 공연으로 끝내지 않고 그가 남긴 코미디의 흔적을 다른 지역의 관객과도 나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아시아 최초의 국제 코미디페스티벌로 출범해 올해 14회를 맞았다. 조직위원회는 공연과 축제를 넘어 부산을 중심으로 코미디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해 아시아 코미디 허브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그런 축제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선배 한 사람을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무대에 서고, 다시 관객을 만나고, 코미디의 시간을 이어간다.
무대의 제목은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다.
정작 무대 위에는 전유성이 없다. 대신 그에게 웃음을 배운 사람들이 있다. 이홍렬도, 신봉선도, 김신영도, 졸탄도 각자의 20분을 들고 부산에 모인다.
공연이 끝나면 출연료도 그들의 손에 머물지 않는다.
전유성이 비운 자리에서 후배들은 다시 사람을 웃긴다. 어쩌면 코미디언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오래 남는 인사는, 그렇게 다음 웃음을 계속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