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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특집 | 히가시노 게이고 - 인간을 이해하는 힘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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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사랑한 이야기꾼
그는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죄와 용서, 희생과 구원을 가장 치밀하고 가장 따뜻하게 그려낸 ‘인간의 소설가’였다.

추리는 인간을 향하고,  문학은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

 

히가시노 게이고(1958~2026), 시대를 넘어 영원히 기억될 이야기의 거장  —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을 완성한 작가

 

 

[편집자주]
산타뉴스는 한 시대를 빛낸 문화예술인의 삶과 작품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반전의 놀라움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남겼습니다. 산타뉴스는 그의 삶과 문학이 우리 시대에 남긴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한 권의 소설보다 더 깊었던 한 사람의 삶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처음부터 문학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사카부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의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퇴근 후 원고지 앞에 앉아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고, 마침내 1985년 『방과 후』로 일본 추리문학의 최고 신인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이후의 삶은 한 편의 성장소설이었다. 

성실함은 재능을 만나 거장이 되었고, 꾸준함은 마침내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추리를 쓰되, 결국 인간을 말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로 끝난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사랑이 어디까지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묻고, 『백야행』은 상처 입은 두 영혼이 운명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버티는지를 보여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지를 통해 상처를 위로하고 희망을 회복시키는 문학의 힘을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감동이 오래 남는다.

독자는 범인을 기억하기보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쉽게 끝나지 않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게 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히가시노 문학의 가장 큰 반전이다.
 

공학도의 논리와 문학가의 온기가 만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치밀한 구성에만 있지 않다.

공학도 출신답게 그의 소설은 정교한 논리와 빈틈없는 복선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그 논리의 끝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연민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범죄를 미화하지 않았고, 인간을 쉽게 단죄하지도 않았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도 사연이 있고, 피해자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으며, 

진실은 언제나 흑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다.

 

그래서 그의 미스터리는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학이 되었고 철학이 되었으며 

우리 시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사랑한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문학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작가였다.

106권의 작품을 남겼고 일본에서만 누적 판매 1억 부를 돌파했으며, 

그의 소설은 4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번역·출간됐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도 끊임없이 재탄생하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다.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는 가장 사랑받는 일본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었지만 그가 다룬 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남기고 떠난 이야기의 거장

 

2026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8세.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그의 마지막 유작은 사후 출간될 예정이며 독자들은 또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떠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좋은 문학은 작가의 생애보다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 산타뉴스의 시선

 

누군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미스터리를 잘 쓴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죄와 용서, 희생과 구원을 

가장 치밀하면서도 가장 따뜻하게 그려낸 ‘인간의 소설가’였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소비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끝내 범인을 찾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한 시대의 거장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문장은 앞으로도 수많은 독자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문학의 생명력이며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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