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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 뇌사 후 5명에 생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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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 뇌사 후 5명에 생명 선물

산타뉴스 성 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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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도 장애 친구 돌봤던 그녀… 마지막엔 장기기증으로 세상에 사랑 남겨
사진 설명: 고(故) 박영분 씨를 재현한 AI 생성 이미지 (실제 인물이 아닌 AI 이미지입니다
사진 설명: 고(故) 박영분 씨를 재현한 AI 생성 이미지 (실제 인물이 아닌 AI 이미지입니다

평생을 남보다 더 힘든 조건 속에서 살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챙기던 한 여성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을 살리는 선택을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영분(58) 씨는 지난 7월 2일 중앙대학교 광명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녀의 간과 양쪽 신장, 두 개의 각막은 총 다섯 명에게 이식되어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다.

 

박씨는 서울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지적장애 2급이었지만, 밝고 활달한 성격으로 복지센터에서 다른 장애인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사회복지사들과도 깊은 신뢰를 쌓았다. 함께 지낸 복지센터 관계자는 “영분 씨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던 따뜻한 분이었다. 활동이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며, 모두의 기둥 같은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사고는 지난달 말, 그녀가 평소처럼 복지센터를 이용하던 날 일어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쓰러진 박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며칠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녀의 가족은 슬픔 속에서도 “영분이는 늘 자신보다 남을 더 챙겼다. 마지막도 그 아이답게 남을 살리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박씨의 언니는 “늘 환하게 웃던 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다음 생엔 네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고 눈물로 이별을 전했다.

 

박씨의 장기를 이식받은 다섯 명은 간이식과 신장이식, 그리고 시력 회복이라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의 따뜻한 결단 덕분에 다섯 명의 생명이 연장됐고, 삶의 질도 극적으로 향상됐다”며 “그 용기와 사랑을 깊이 기린다”고 전했다.

 

삶 내내 남을 돕고, 떠나는 순간까지 생명을 나눈 박씨의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녀는 비록 세상에 없지만, 다섯 사람의 몸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성 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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