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좀비 대학 속출

‘유령학생’ 붙잡는 좀비대학 - 지방캠퍼스
붕괴, 숫자로 먼저 나타났다
지방대 위기가 재정난을 넘어 학사(學事) 붕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이 비는 수준을 넘어, 등록은 돼 있지만 강의실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유령학생’이 늘면서 대학은 간판만 남은 ‘좀비대학’으로 불린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 신입생 충원율은 86.8%로, 정원 대비 미충원이 구조화된 흐름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숫자라도 채워야 버틴다는 절박함이 학사 관리의 느슨함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은 장기휴학·수업 미참여 상태가 길어져도 재적(在籍) 유지가 쉬운 구조를 활용해 재학생 규모를 방어하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질과 지역 신뢰가 함께 무너진다.
최근 언론 칼럼에서도 경쟁률이 0점대까지 내려앉은 지방 사립대 사례와 함께 유령학생 문제가 거론됐다.
정원은 그대로, 학생은 사라졌다 - 지방에서 먼저 터진 공백
대학 입시는 이미 ‘역전 현상’(정원>지원·등록)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는 추가모집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51곳에 달했고, 이 중 98%가 비수도권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25학년도 추가모집에서도 미충원 대학이 전국 49곳이라는 집계가 이어졌다.
신입생이 줄면 등록금 수입이 줄고, 장학·시설투자 여력이 떨어지며, 교육만족도·취업지표가 다시 악화되는 하향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왜 ‘유령학생’이 늘어나는가
4가지 구조적 원인
첫째,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쏠림이다.
학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며 지방대의 모집 기반이 흔들린다.
둘째, 재정의 단일화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다수 사립대는 충원율·재학생 수 변화에 즉시 타격을 받는다.
셋째, 학사 운영의 느슨한 안전판이다.
장기휴학, 수업 미참여, 최소학점 반복이 누적돼도 ‘재적’으로 남는 학생이 늘면, 대학은 겉으로는 규모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강의·실습·동아리·지역연계 활동은 텅 빈다.
넷째, 지원 제한의 역설이다.
정부는 부실대학에 대해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을 제한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제도를 운용해 왔다. 하지만 제한이 걸리면 학생 유입이 더 줄어드는 가속 페달로 작동할 수 있어, 사후 처방만으로는 지역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폐합·전환 없인 연쇄 폐교 가능성
전문가들은 향후 3~5년이 분기점이라고 본다. 미충원이 누적되면 대학은 교원 감축→학과 축소→전공 다양성 붕괴→지원 감소로 이어지고, 지역의 청년 인구·산업 인력 공급망도 함께 위축된다.
대학 하나가 흔들리면 원룸·상권·교통·문화시설까지 연쇄적으로 식는다.
‘좀비대학’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신호등이다.
정리·개편·재탄생을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처방은 크게 세 갈래다.
- 1.학사 데이터 기반 ‘유령학생’ 차단
출석·LMS(온라인 학습) 접속·학점 이수 패턴을 표준화해, 장기 미참여 재적을 조기에 경보하고 지도·상담·복학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재적 유지가 곧 교육 제공이라는 원칙을 행정이 확인해야 한다.- 2. 정원 조정과 ‘질 관리’의 전면화
미충원 상태를 방치한 채 정원만 유지하는 방식은 더 큰 부실을 만든다. 학과 단위 정원 조정, 연합대학(공동학위·공동캠퍼스), 통폐합을 대학의 실패가 아니라 지역 단위 재설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3. 지역혁신 재정으로 새 역할 부여
2025년부터 전국 시행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는 지자체 주도의 대학 지원으로 지역-대학 동반성장을 추진한다.- 여기에 글로컬대학30 등과의 연계를 통해, 일부 대학은 연구·산학 중심으로 키우고, 또 다른 대학은 평생교육·전환교육(성인·재직자·돌봄·지역산업 맞춤)으로 기능을 재배치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요구된다.
지방대 위기는 몇 개 대학을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이 어떤 인재·산업·삶의 질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유령학생이 늘어나는 캠퍼스는 이미 구조가 흔들린다는 경고장이다.
‘좀비대학’이라는 오명을 끝내려면, 이제 숫자 방어가 아니라
기능 재설계와 엄정한 학사 관리가 동시에 가동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