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짜장면으로 사랑 나눈 사람, 임원조 매일반점 사장 별세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38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이웃을 위해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을 내어주던 임원조 매일반점 사장이 지난 1일, 향년 6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의 삶은 단순히 요리와 장사의 길이 아니었다. 지역민들에게는 늘 열린 ‘사랑방’이자,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의 무대’였다.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38년의 사랑
임 사장은 1987년, 배우자 이상옥 씨와 함께 무료 짜장면 봉사를 시작했다. 부부는 매달 한 번씩 지역의 장애인시설과 요양시설, 어르신 복지관을 찾아 따뜻한 식사를 나눴다. 때로는 200인분이 넘는 음식을 준비해 직접 조리하고 배달했으며, 식당 수익 일부도 꾸준히 봉사에 보탰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짜장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오랜 시간 이어온 선행은 2015년 대통령 표창으로 이어지며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는 끝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이웃이 기억하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한 사람’
지역 주민과 유족들은 임 사장을 이렇게 기억한다.
“언제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겼습니다. 작은 나눔이 모여 큰 기적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분이었죠.”
그의 짜장면 봉사는 단순한 무료 배식이 아니라, 함께 밥을 나누는 공동체의 기쁨이었다. 누구나 식당 문을 열면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의 모습은 도마동 주민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마지막 길, 남겨진 이들을 향한 위로
임 사장의 빈소는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9시 30분 진행된다. 장지는 정수원과 보은 원남 선영이다. 남편과 함께 긴 세월을 봉사의 길에 동행한 배우자 이상옥 씨, 그리고 자녀 임연수·임소라 씨와 며느리 이정학 씨가 고인의 뜻을 이어가며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한 삶, 그 자체가 유산”
임원조 사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재산도, 명예도 아닌 ‘나눔의 정신’이다.
38년간 이어온 짜장면 봉사는 한 사람의 손길이 어떻게 수많은 이웃의 삶에 빛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삶은 이제 막을 내렸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밥상은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시 차려지고 있다.
“작은 나눔이 큰 울림이 된다”는 말처럼, 임 사장이 전한 사랑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