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년 전 파충류 화석에서 ‘원시 깃털’ 흔적 발견… “털 진화의 기원 다시 쓴다”

최근 발견된 2억 년 전 고대 파충류 화석에서 조류의 깃털과 유사한 피부 구조가 확인되며, 깃털의 기원이 조류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깃털, 털, 피부 장식의 진화과정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슈피크만 박사 연구팀은 새롭게 발굴된 파충류 화석을 첨단 방사광가속기 영상 기술로 분석했다. 그 결과, 머리뼈는 조류와 유사한 구조를 지녔으며, 피부에는 돌출된 볏 형태의 구조물이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현미경 및 3D 스캐닝 기법으로 정밀 관찰해, 해당 부위에 색소세포인 멜라노솜이 존재하고, 피부에서 부채꼴로 솟은 세포 고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볏 구조가 현대 조류의 깃털과 일부 유사점이 있으나, 세밀하게 갈라진 가지 구조(barbs)는 없는 독립적인 형태였다는 것이다. 이는 깃털과 유사한 피부 부속기관이 조류와는 별도로, 파충류 내에서도 독자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번 화석은 조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조룡류’ 계통이 아닌, 트라이아스기 동안에만 존재했던 멸종 파충류 그룹인 ‘드레파노사우로모르파(Drepanosauromorpha)’에 속한다. 연구진은 이들이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한 종이었지만, 발견된 볏이 공기 저항을 위한 낙하용 구조는 아닐 것이라 판단했다. 볏이 등 중앙에서 수직으로 솟은 구조로 되어 있어 공기 흐름을 제어하기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놀도마뱀의 턱 아래에 있는 붉은 목주머니처럼, 짝을 유인하거나 위협을 위한 시각적 장식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슈피크만 박사는 “이번 발견은 파충류가 이미 공룡이 등장하기 전부터 복잡한 피부 부속 기관을 진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물증”이라며, “이러한 구조는 털이나 깃털의 진화 역사를 재해석하게 만들며, 파충류 계통 전체의 진화사에 새로운 이해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초기 파충류의 외형과 행동, 그리고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기존 관점을 흔드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조류의 깃털이 공룡에서 기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깃털과 유사한 구조물이 더 오래된 계통에서 출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생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