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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기획 | “삼류가 판친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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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선택과 사회 구조를 성찰해야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가, 어떤 말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는가.

삼류 전성시대

 

유명하면 전문가가 되고, 조회수가 품격을 대신하는 시대

 

[편집자주]
우리는 어느새 ‘잘 만든 것’보다 ‘잘 팔리는 것’, 깊이 있는 말보다 자극적인 말에 더 빨리 반응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가벼움 자체를 탓하기보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박수를 독점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타뉴스는 이른바 ‘삼류 전성시대’라는 다소 도발적인 화두를 통해 우리 시대 문화의 품격과 가치의 기준을 생각해봅니다.

 

 

깊이보다 조회수가 힘이 된 사회

 

‘삼류’라는 말은 조심스럽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삼류는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이 아니라 생각과 말, 행동에서 품격과 깊이가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 좋은가보다 무엇이 뜨는가를 먼저 묻는다. 긴 글보다 몇 초짜리 영상이 강하고, 차분한 설명보다 분노와 조롱이 빠르게 퍼진다. 오랜 시간 실력을 쌓은 사람보다 한순간 화제가 된 사람이 더 큰 발언권을 갖기도 한다.

 

문제는 대중문화가 아니다. 유머도 오락도 짧은 영상도 얼마든지 훌륭한 문화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자극성이 작품성을, 유명세가 전문성을, 조회수가 신뢰성을 대신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얼마나 유명하냐’

 

전문가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오랜 연구와 경험에서 나온 신중한 설명보다 확신에 찬 짧은 한마디가 더 큰 영향력을 얻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지적 겸손은 답답하게 보이고, 모든 것을 아는 듯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주목받는다.

 

정치와 언론, 교육과 문화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나타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편을 가르고, 토론보다 조롱을 선택하며,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소비한다.

그렇게 사회는 조금씩 ‘실력의 시대’에서 ‘주목의 시대’로 이동한다.

 

대중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요즘 사람들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 플랫폼은 오래 머물게 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생산자는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한 제목과 더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다시 소비자는 그것에 익숙해진다.

 

결국 삼류문화의 확산은 개인의 취향만이 아니라 관심과 조회수를 돈으로 바꾸는 산업구조와도 연결된 문제다.

 

더 자극적이어야 살아남고, 더 과격해야 공유되며, 더 단순해야 빨리 소비되는 환경에서 깊이와 품격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진짜 일류 사회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일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명문대 출신이 많은 사회도 부자가 많은 사회도 아닐 것이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은 사람이 존중받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품위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오히려 일류에 가깝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인내,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태도, 모르는 것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겸손, 오랫동안 한 분야를 지켜온 사람에게 보내는 존경도 다시 필요하다.

 

문화의 수준은 결국 우리가 무엇에 박수를 보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천박함에 계속 박수를 보내면 천박함은 하나의 산업이 되고, 깊이를 존중하면 깊이는 다시 문화가 된다.

 

우리의 클릭이 시대의 수준을 만든다

 

‘삼류 전성시대’라는 말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표현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가.
어떤 말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는가.

 

사회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누르는 클릭 하나, 즐겨 보는 영상 하나,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모여 한 시대의 얼굴을 만든다.

그래서 일류 사회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조금 덜 자극적인 것을 선택하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며, 조금 더 품위 있게 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삼류 전성시대’를 끝내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시작일지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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