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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주년 최백호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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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끄럽지 않게 늙어갑시다
그는 더 크게 외치지 않고, 더 많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대중들이 스스로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데뷔 50주년 최백호 — ‘우리 부끄럽지 않게 늙어 갑시다’


 

반세기다. 유행이 수십 번 바뀌고, 무대 위 주인공들이 세대교체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한 사람은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노래를 불러왔다. 최백호

그의 데뷔 5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이 ‘어떻게 익어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1970년대 포크와 대중가요의 흐름 속에서 출발한 그는 일찍이 스타의 길을 걸었지만, 화려함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세월의 굴곡과 침잠의 시간을 지나며 그의 음악은 점점 낮아졌고, 대신 깊어졌다. 사랑을 노래하되 감정을 과장하지 않았고, 이별을 말하되 원망보다 이해를 택했다. 그의 노래에는 언제나 지나온 시간에 대한 예의가 있었다.


 

중년 이후 최백호의 음악은 더욱 분명해졌다. 젊음을 흉내 내지 않고, 노년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는 나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낸다. 주름진 목소리, 느린 템포, 여백이 많은 가사는 삶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 그 자체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인생은 항상 상승곡선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부끄럽지 않게 늙어 갑시다.’

이 말은 최백호 음악 세계의 핵심 문장이다. 성공이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메시지다. 

그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덜 욕심내고 더 솔직해지는 과정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노년의 위로이면서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예언처럼 들린다.


 

최백호의 노래 속 인물들은 대단한 영웅이 아니다. 항구를 걷는 중년 남자, 오래된 사랑을 떠올리는 사람, 저녁 무렵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평범한 얼굴들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삶을 미화하지 않지만, 결코 비관하지도 않는다. 인생이란 결국 견뎌온 시간만큼의 무게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할 뿐이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지금도 최백호는 여전히 무대에 선다. 다만 그는 더 크게 외치지 않고, 더 많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듣는 이들이 스스로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것이 그가 반세기 동안 음악으로 해온 일이다.


 

유행에 늙지 않고, 삶에 부끄럽지 않게.

최백호의 음악 인생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보기 드문 ‘품위 있는 노년’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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