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륙 최고봉·3극점 정복' 산악인 허영호 별세…

7대륙 최고봉과 북극·남극·에베레스트 3극점을 모두 밟은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30일, 향년 71세로 별세했다. 산악계에서는 그의 타계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도전과 탐험의 상징이 떠났다고 추모하고 있다.
허 대장은 1954년 충북 제천 출생으로, 1982년 히말라야 마칼루(8,485m) 등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산악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8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겨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으며, 1995년에는 전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과 3극점을 모두 정복한 기록을 세웠다.
그가 오른 주요 고봉으로는 △남미 아콩카과(6,959m) △북미 매킨리(6,194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 △유럽 엘부르즈(5,642m) △남극 빈슨 매시프(5,140m) 그리고 에베레스트(8,848m)가 있다.
2016년에는 에베레스트에 다섯 번째로 등정해 가상현실(VR) 영상 촬영을 최초로 시도했으며, 2017년 여섯 번째 등정으로 국내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과 최고령 기록(당시 기준)을 동시에 세웠다.
공중과 대륙을 넘나든 모험가
허 대장의 도전은 산을 넘어 하늘까지 이어졌다. 1998년 초경량 항공기 조종 면허를 취득한 그는 2008년 여주에서 제주까지 약 1,000km 단독 비행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독도-마라도-가거도를 거쳐 제천으로 돌아오는 1,800km 국토 횡단 비행을 마무리했다.
그의 여정에는 수많은 고비도 있었다. 마칼루 하산 중 눈사태로 추락하거나, 크레바스에 빠지고, 비행 중 엔진 고장으로 바다에 불시착하는 위기도 겪었지만, 그는 항상 다시 일어섰다.
"도전 그 자체가 좋았다"
허 대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게 좋다. 기록 때문이 아니라 도전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고,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산악 박물관 설립, 경비행기로 7대륙·3극점 횡단을 평생의 꿈으로 언급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영면했다.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려 체육훈장 기린장, 거상장, 맹호장, 청룡장을 차례로 수여한 바 있다.
허영호 대장은 떠났지만, 불가능에 도전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 했던 그의 열정과 용기는 긴 시간 동안 산과 하늘에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