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갖고 싶어요 | 청년들, 상대적 박탈감 호소

청년 81%가 “내 집 마련 불가능”
벼락거지가 된 청년들 —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 그림자가 드리운다
최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집 한 채쯤은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산 격차 확대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를 ‘벼락거지’라고 부르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성장의 사다리가 사라진 시대,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기보다 생존을 걱정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월급은 제자리, 집값은 하늘로
청년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른 자산 가격 상승이다.
사회 초년생이 매달 수십만 원씩 저축해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수천만 원씩 오르는 일이 반복됐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3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며 “열심히 살수록 뒤처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은 월급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다고 느낀다. 과거에는 근로소득이 자산 축적의 기반이었지만, 지금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 여부가 계층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자산 수준에 따라 청년들의 출발선이 달라지면서 세대 내부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
문제는 단순히 집값이 비싸다는 데 있지 않다. 청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위기는 노력의 보상이 사라졌다는 인식이다.
과거에는 교육과 취업, 승진을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도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렵다는 현실이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청년층의 사회적 의욕과 결혼·출산 의지를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혼을 포기했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평생 월세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일본 ‘잃어버린 세대’의 전철 밟나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겪으며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어냈다.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와 자산 축적 기회의 상실은 청년층의 소비와 결혼, 출산을 위축시켰고 이는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역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고용 불안과 높은 주거비, 자산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청년들의 미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이 사회 이동의 가능성을 체감하지 못할 경우 불신과 냉소가 커지고 세대 갈등 또한 심화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의 좌절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청년 주거 지원, 선택 아닌 필수
청년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정책은 주거 안정이다. 월세 부담을 줄이는 지원 확대와 공공임대주택 공급, 청년 전용 주택 금융상품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시행 중인 청년 월세 지원 사업도 있지만 대상과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기 지원을 넘어 장기적 자산 형성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청년 주택 저축 지원 확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지원, 장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 등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들이 희망을 잃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다는 믿음,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사회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오늘날 청년들이 느끼는 ‘벼락거지’의 감정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에 가깝다.
청년들이 다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 기회를 넓히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청년의 절망을 방치한다면 한국 사회는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를 넘어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