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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습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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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풍경으로 남는다
사람은 결국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기억되고, 얼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남는다.

당신의 모습

 

식물도 풍경도 사람도, 우리 마음속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봄이면 꽃이 피던 언덕과 여름이면 바람이 스치던 숲길, 

가을이면 낙엽이 소리 없이 내려앉던 골목은 

시간이 흘러도 그 계절의 빛깔을 잃지 않은 채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사람 또한 이름이나 얼굴보다 함께 웃었던 순간과 다정한 눈빛, 

그리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말 한마디가 먼저 떠오르는 존재이기에 

결국 우리는 풍경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스며 있던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흐름은 많은 것을 데려가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의미를 남기기도 한다. 

푸르던 잎은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익숙했던 골목은 새로운 건물과 사람들로 채워지며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도 어느 날 조용히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가장 큰 진실은 사랑했던 사람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마음속에 하나의 풍경으로 남는다. 

어떤 이는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기억으로 어떤 이는 한여름 숲의 그늘처럼 지친 삶을 쉬어 가게 하는 위안으로, 또 어떤 이는 오래된 나무처럼 말없이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존재로 기억된다.

 

좋은 사람이란 오랫동안 곁에 머문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서 그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며, 

떠난 뒤에도 문득 떠올리면 미소가 번지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재산, 

그리고 남보다 화려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가지만 

세월이 충분히 흐른 뒤에 되돌아보면 그런 것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는다.

 

오히려 힘겨운 날 조용히 건네주었던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와 말없이 잡아 주었던 손길, 

그리고 이해와 배려가 담긴 작은 행동들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결국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따뜻한 흔적으로 남았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문학이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대한 작품은 거대한 사건보다 한 사람의 삶과 마음을 기억하게 만들고, 

한 줄의 문장은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한 인물의 신념은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삶의 방향을 일깨워 준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동안 써 내려간 삶의 문장은 언젠가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한 편의 문학이 되어 힘겨운 날에는 위로가 되고 흔들리는 순간에는 

다시 걸어갈 용기를 건네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신의 모습을 한 줄씩 써 내려가고 있으며, 

얼굴은 세월과 함께 변하지만 품격은 삶의 태도로 기억되고, 친절은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으며, 진심 어린 배려는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그 향기를 잃지 않는다.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날 우리의 모습이 슬픔보다 감사로 

눈물보다 미소로 아쉬움보다 따뜻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비록 세상을 떠났을지라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일 것이다.

 

꽃은 져도 향기를 남기고, 강물은 흘러도 물소리를 남기며, 

노을은 사라져도 하늘에 붉은 빛을 오래 머물게 한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몸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사랑으로 살아온 삶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절을 건너 다시 피어나고, 

그 따뜻한 온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새로운 희망이 된다.

 

그러므로 오늘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자.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 피어 있는 꽃 한 송이가 되고, 

지친 삶의 어느 날 문득 떠올리면 미소 짓게 하는 한 줄의 시가 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따뜻한 풍경으로 남아 보자. 

 

사람은 결국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기억되고, 

얼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일 것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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