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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독립운동의 흔적을 오래 지키는 철판…포스코인터내셔널

유상훈 기자
입력
멕시코·미국·네덜란드 사적지 안내판 111개 설치·교체
멕시코 메리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설치한 PosART 안내판.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멕시코 메리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설치한 PosART 안내판.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임직원 기부에서 시작된 보존사업…역사 기록을 견고한 ‘포스아트’에 담다

 

멕시코 메리다의 오래된 한인 독립운동 공간에 새 안내판이 걸렸다. 낯선 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탰던 이민 선조들의 기록이 이제 녹과 비바람에 강한 철판 위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가보훈부와 추진하는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안내판 설치 사업을 올해 멕시코와 미국, 네덜란드로 확대한다. 올해부터 2027년 3월까지 세 나라 독립운동 사적지에 모두 111개의 안내판을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는 포스코그룹의 고해상도 컬러강판 ‘포스아트(PosART)’가 사용된다. 철강재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역사 자료와 글씨, 디자인을 정밀하게 구현하면서도 내구성과 내식성을 높인 소재다.


출발점은 임직원의 기부다. 사업은 포스코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포스코1%나눔재단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하나다. 해외 곳곳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를 보존하고 재외동포와 현지 방문객에게 한국 독립운동사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첫 현장은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현지에서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과 함께 한국이민사박물관 재개관 행사를 열었다. 재개관에 맞춰 건물 입구 현판과 안내판을 포스아트로 교체하고 박물관 주변 환경도 정비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주일 주멕시코 한국대사를 비롯해 고영학 포스코인터내셔널 멕시코 모터코아법인장, 김윤태 기아 멕시코법인 경영지원실장과 현지 한인 후손 및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메리다의 대한인국민회 지방회관은 멕시코 한인사회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품은 장소다. 현재는 한국이민사박물관으로 운영되며 초기 한인 이민의 발자취와 이들이 고국의 독립을 위해 펼친 활동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안내판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다.


박물관을 찾은 한인 후손에게는 선조들이 지나온 시간을 확인하는 기록이고,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현지 방문객에게는 20세기 초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만나는 첫 페이지가 된다. 안내판에 담긴 짧은 설명 하나가 먼 나라의 역사를 현재의 장소와 연결한다.


소재의 특성도 이번 사업과 맞닿아 있다.


포스아트는 일반 프린트강판보다 해상도가 4배 이상 높아 사진과 글씨, 세밀한 디자인 표현에 유리하다. 습기와 기후 변화에 견디는 내구성과 내식성도 갖춰 장기간 야외에 놓이는 역사문화유산 안내 시설에 활용할 수 있다.


해외 사적지는 국내 문화유산과 관리 여건이 다르다. 거리도 멀고 기후도 제각각이다. 한번 설치한 안내 시설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 자체가 보존의 중요한 부분인 이유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국외 독립운동 유산 보존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몽골, 뉴질랜드의 독립운동 관련 사적지에 안내판 64개를 설치했다. 올해는 활동 지역을 멕시코와 미국, 네덜란드까지 넓히면서 사업의 지리적 범위도 확대됐다.


다음 행선지는 네덜란드 헤이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는 9월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 입구 현판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준 열사의 활동과 헤이그 특사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의 첫인상을 새롭게 정비하는 작업이다.


미국에서는 규모가 더 커진다.


올해 말부터 2027년 3월까지 로스앤젤레스 흥사단소에 신규 안내판 107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미주 독립운동사의 주요 현장에서 관련 기록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의 기술과 임직원의 기부, 국가의 보훈정책이 하나의 현장에서 만났다는 점이다.


국가보훈부는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는 역할을 맡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1%나눔재단은 기업이 보유한 소재 기술과 임직원의 기부를 사업에 연결했다.


기업 사회공헌의 방식도 여기서 한 단계 구체화된다. 일회성 후원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이 잘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사회적 필요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포스코그룹은 이 밖에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통해 23개국에서 약 2만4000명의 임직원이 주거환경 개선과 산불 대응, 교육환경 개선 등 지역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포스코1%나눔재단 역시 국가유공자를 위한 첨단 보조기구 지원을 비롯해 임직원 기부를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독립운동 사적지 안내판 사업은 그 가운데 보훈과 역사문화유산 보존을 연결한 사례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거대한 기념관에만 남아 있지 않다.


한때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했던 작은 건물과 오래된 주소, 낡은 현판에도 한 시대의 선택이 새겨져 있다. 국경 밖에 흩어진 이런 장소는 관리와 기록이 이어질 때 비로소 다음 세대의 역사로 남는다.


메리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입구에 새로 걸린 안내판도 그렇게 방문객을 맞기 시작했다.


철판 위에 새겨진 글자는 짧다. 그러나 그 글자가 가리키는 시간은 한 세기를 건넌다.


낯선 땅에서 고국을 바라봤던 사람들의 이름과 발자국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래 견디는 철이 그 자리를 지킨다.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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