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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의 확장은 협업일까, 침해일까
문화/예술

[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의 확장은 협업일까, 침해일까

최준식 기자
입력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예술조직도 적극적으로 창제작에 참여한다. 예술의 본질은 창작이기 때문이다.


  20년동안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내에서 저는 근무하면서 느낀 외부인의 시각은 공연장과 전시관 정도만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관객에게는 예술 현장의 치열한 많은 노력보다는 잘 짜여진 무대와 깔끔한 화이트큐브만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공예술조직은 단순히 공연과 전시를 넘어 공공성, 예술지원, 사회문화 등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의 사업범위를 개괄적으로 정리해보면 첫째, 예술 창제작 사업을 합니다.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제작하면서 산하 국공립예술단체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둘째, 예술을 국내외 유통을 합니다. 우수 레퍼토리를 지역 및 해외에 선보이기도 하고 문화소외지역이나 찾아가는 야외 공연 등 공적인 역할도 수행합니다. 셋째, 시민참여를 위한 예술교육사업도 합니다. 세대별 계층별 교육프로그램이나 예술워크샵 등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넷째, 예술가 지원 사업을 합니다. 창작공간이나 창작비를 지원하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예술가와의 공동창작과 기획자 양성도 함께 합니다. 다섯째, 공공예술프로젝트도 수행합니다. 도시재생사업, 커뮤니티 기반 예술 사업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공공예술조직과 민간의 창조적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공공예술조직으로 구분되는 문화재단이 많이 생겨나고 사업도 확장하다보니 공연 및 전시, 축제 기획사 등 민간예술단체와 그 사업 영역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복이 민간과 공공의 갈등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민간과 공공의 대표적인 중복 혹은 갈등 사례를 찾아보면 첫째, 콘텐츠 창작의 중복입니다. 공공조직이 제작과 기획력, 예산을 앞세워 민간 시장에 진입하여 민간과 경쟁하는 구도가 발생하게 됩니다. 둘째, 창작 뿐만 아니라 공연 유통도 중복됩니다. 지역순회나 해외진출에 있어 민간 기획사와 경쟁하게 됩니다. 셋째, 예술교육시장도 중복입니다. 특히 공공의 무상 예술교육이 민간 예술교육단체를 압박하기도 합니다. 넷째, 예술공간운영도 중첩됩니다. 공공조직이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민간의 소규모 공연장이나 갤러리의 수익성을 침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공과 민간의 사업 영역 중복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공공이 ‘플레이어’와 ‘플랫폼’역할을 동시에 하려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공공이 시장의 ‘보완자’가 되어야 하는데 민간 과의 ‘경쟁자’가 되어 시장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이로인해 공공이 수익성 있는 장르에 진출하여 민간을 압박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예술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여 민간과의 관계설정이 애매해지기도 합니다. 공공조직이 예술가의 고용안정이나 시민향유 기회확대, 예술산업 경쟁력 강화 등 확실한 공적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시민사회나 민간과의 관계설정이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의 플랫폼 역할은 예술생태계과 민간을 위해 필요하다.

  공연시장의 실패를 공공예술조직이 보완하고 민간과의 사업 영역 중복에 따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로, 민간과 공공의 시장에서의 적절한 기능 분화가 필요합니다. 공공은 공익성을 우선으로 하고 예술생태계에 장기적 투자를 하며 시장실패 영역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민간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창의적인 기획과 함께 문화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공공과 민간의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이 필요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공동기획, 연합 플랫폼 등의 모델을 추구해야 합니다.  셋째로, 공공조직의 명확한 공적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공공조직은 공연 몇 편을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간과의 상생, 예술생태계 지원 등의 가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중앙과 지자체를 포함하면 전국에 약 200개의 문화재단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공공의 영역이 계속 커지고 있기에 이제 민간과의 명확한 관계설정이 필요해보입니다. 문화예술시장은 아직 산업의 영역까지는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공공이 산업육성, 생태계육성 등 민간시장이 성숙할 수 있도록 탄탄한 공적인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예술경영전문인 최준식

최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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