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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동계 올림픽, 밀라노의 생존 실험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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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은 잊어라, 과거와 작별한 저비용 대회
올림픽은 이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밀라노의 실험이 실패한다면 다음 올림픽의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밀라노 동계올림픽  — 생존의 시험대에 서다

 

과거와 작별한 첫 올림픽, ‘저비용·분산·AI’로 미래를 묻다


 

25회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더 이상 국가 위신 과시의 무대가 아니다.

 대규모 신축 경기장과 화려한 개·폐회식으로 상징되던 과거 올림픽과의 결별을 선언한 이번 대회는 급변한 세계 경제와 기후, 그리고 스포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올림픽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대회이다.


 

‘최소 건설’로 전환한 개최 철학

 

밀라노·코르티나는 필요한 만큼만 짓는다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경기장과 임시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종목별로 도시를 분산 배치해 인프라 과잉을 피한다. 이는 올림픽 이후 유령 시설로 남는 경기장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제시해온 ‘어젠다 2020+5’의 실질적 구현 사례로도 평가된다.


 

저비용·분산 개최, 올림픽의 생존 전략

 

대회 운영 예산을 낮추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다.

 유럽의 기존 교통망과 숙박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신설 시설은 사후 활용 계획을 전제로 제한적으로만 추진된다. 올림픽이 국가 재정을 잠식한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다.


 

AI가 바꾸는 운영과 중계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AI는 경기 일정 최적화, 관중 동선 관리, 에너지 사용 예측 등 운영 전반에 활용된다. 

중계 방식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AI 기반 자동 편집, 실시간 하이라이트 생성, 개인 맞춤형 중계 화면 제공이 본격화되며 시청자는 보는 올림픽에서 선택하는 올림픽으로 이동한다. 방송사는 하나의 화면을 송출하는 대신, 수많은 맞춤형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이 된다.


 

기후 변화가 강제한 구조적 전환

 

동계올림픽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 밀라노·코르티나는 고산 지역의 자연 설(雪)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인공 설비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자, 앞으로 동계 스포츠가 지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과시의 축제’에서 검증의 무대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화려함 대신 실용을 택했다. 성공 여부는 메달 수나 개회식 규모가 아니라, 대회 이후에도 지역 사회에 남는 가치와 비용 대비 효율로 평가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올림픽은 이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밀라노의 실험이 실패한다면, 다음 올림픽의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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