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청년 경력의 첫 계단이 사라진다

청년 일자리 먼저 삼키는 AI
‘경력의 첫 계단’이 사라진다
신입이 하던 업무 AI가 대신 - 채용문 좁아지는 2030, 단순 사무 넘어 개발·마케팅·디자인까지 영향
“AI와 경쟁하는 청년 아닌, AI를 다루는 청년 키워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자료를 검색하며 고객 문의에 답하고, 간단한 프로그램과 광고 문구까지 만들어내면서 그동안 사회초년생이 맡아 경험을 쌓던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기존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기보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덜 뽑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청년 고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 사라지는 ‘첫 번째 일자리’
OECD의 한국 노동시장 분석에서도 이러한 징후가 나타난다. 2018~2025년 한국의 AI 노출과 고용을 분석한 결과 전통적 AI의 부정적 고용 영향은 상대적으로 젊은 근로자에게 집중됐으며, OECD는 이를 해고보다는 신규채용 감소를 통해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들에게 불리한 것은 AI가 잘하는 업무와 신입사원의 업무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자료 정리와 번역, 문서 초안 작성, 단순 코딩과 회계·행정 지원 등은 과거 신입사원이 직장에서 업무를 배우는 ‘훈련 과정’이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 직원 한 명이 AI를 활용해 과거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많은 신입을 채용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OECD 역시 대규모 일자리 파괴가 이미 현실화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신중하게 평가한다. 다만 생성형 AI가 신입직에 많은 단순 인지업무를 대체할 수 있어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 “경력직만 원하는 사회” - 청년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더 큰 문제는 이른바 ‘경력의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AI를 이용해 초급 업무를 줄이고 곧바로 숙련 인력을 찾는다면 청년들은 “취업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고, 경력을 쌓으려면 먼저 취업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세계적으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세계 청년실업률이 12.4%로 상승했으며, AI에 대한 노출이 높은 청년 일자리의 위험에도 주목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도 올해 7월 OECD 분석을 토대로 AI가 20대 청년층 고용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 바뀐다
그러나 AI를 청년 일자리의 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OECD는 AI가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업무와 직업을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AI 활용이 확산될수록 데이터 분석과 해석 능력, 전문지식과 판단력 등 인간의 고차원적 역량은 오히려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청년 고용정책은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학과 직업교육에서 AI 활용 능력을 기본 역량으로 가르치고, 기업에는 청년 인턴과 신입 채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며, 사회초년생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첫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지켜낼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기계가 사람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 데 있지 않다.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이 숙련된 인재로 성장할 통로마저 사라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할 미래다.
AI와 경쟁할 청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삼아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청년을 키우는 것, 그것이 새로운 일자리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