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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들을 키워 서울대에 보낸 아버지, 마지막까지 ‘생명의 선물’을 남기다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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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도 타인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 한 가장의 이야기
기증자 문주환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기증자 문주환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평범하지만 가장 위대한 결심이 이루어졌다.
60대의 아버지 문주환 씨는 지난 8월, 뇌사 판정을 받은 뒤 폐장과 인체조직을 기증하며 100여 명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홀로 아들을 키워 서울대에 입학시킨 가장이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소망을 지킨 사람이다.

 

아내를 잃은 뒤에도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로”

 

문 씨는 9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 아들을 길러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었고, 노래방을 운영하며 버틴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는 교통약자를 돕는 일을 하며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을 맡았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늘 “살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단단했다.
그는 늘 지갑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카드를 넣고 다니며 주변에 말했다.
“이건 내 마지막 약속이야. 내가 없어도 누군가 살아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갑작스러운 이별, 그러나 남은 건 ‘사랑의 유산’

 

지난 8월 9일, 친구와의 대화 중 갑자기 쓰러진 문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폐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고, 기증된 인체조직은 100여 명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희망을 안겼다.


그의 아들, 문동휘 씨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너무 보고 싶어요.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지내세요. 사랑합니다.”
그의 짧은 인사에는, 세상을 따뜻하게 품었던 아버지를 향한 깊은 존경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한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선물’

 

문 씨는 생전에도 늘 타인을 위해 살았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고, 아들에게는 ‘남을 돕는 게 가장 멋진 삶’이라 가르쳤다.
그의 마지막 기부는 그 가르침의 완성 같은 순간이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문 씨의 선택은 가족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삶이란 결국 ‘누군가를 살리는 선택의 연속’임을 느끼게 된다.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일상의 희생과 사랑이 모여 가장 숭고한 이야기를 만든다.


이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은 단지 장기기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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