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한파의 그늘
국가데이터처가 9월 9일 발표한 ‘2026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5만1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4천 명 증가했다. 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70.4%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거시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우리 고용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청년층이 마주한 현실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정반대였다. 전체 고용의 개선과 청년 고용의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고용의 이중구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342만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3천 명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2022년 11월 이후 4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 인구 자체도 777만6천 명으로 14만4천 명 감소했지만, 인구 감소만으로 청년 취업자 감소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노동시장 참여 위축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전년 동월보다 1.0%포인트 하락하며 28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실업률은 5.4%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과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다만 청년층이 모두 불안정한 임시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에 몰리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8월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오히려 18만 명 증가했고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감소했다.
따라서 지금의 문제를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설명하기보다는, 청년층이 원하는 미래 전망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일자리와 실제 노동시장 사이의 미스매치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일자리와 인재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9월 30일 양재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2026 서울워터 잡페어’를 개최한다.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 등 주요 기업을 비롯해 물산업 전 분야의 기업과 공공·유관기관 100여 곳이 참여해 채용상담과 현장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취업박람회에 그치지 않고 채용설명회, 현직자 토크콘서트, 취업특강, 모의면접과 컨설팅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행사 이후에도 온라인 채용 연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사람은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사람을 찾는다’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서울시에 따르면 물산업 분야에서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즉 청년층의 취업난과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매칭을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확대하느냐에 있다.
일회성 박람회와 단기 취업지원만으로는 구조적인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는 ‘어디에 일자리가 있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떤 산업에서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주목할 것이 바로 AI X화, 즉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인가, 새로운 일을 만드는 기술인가
AI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AI가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일부 직무의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AI가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없애는 기술이라고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를 기존 산업과 어떻게 결합하느냐이다.
제조업에 AI를 결합하면 스마트팩토리와 기계나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상태를 미리 파악해,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맞춰 정비하는 방식 예지정비(豫知整備, Predictive Maintenance) 가 등장하고, 금융에 AI를 결합하면 새로운 분석·상담·위험관리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농업에서는 작물 생육과 병충해를 분석하고, 물산업에서는 수질과 관망 데이터를 활용해 누수와 시설 이상을 예측할 수 있다.
교육, 의료, 법률, 콘텐츠, 유통, 에너지, 환경, 공공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로 기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며, 기존 기업에서도 새로운 직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AI 개발자만 AI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산업의 현장 지식에 AI 활용 능력을 결합한 인재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수질 데이터 분석, 스마트 관망 관리, 누수 예측, 시설물 유지관리, 에너지 최적화, 디지털 트윈 등의 분야에서 AI와 기존 산업기술이 결합한다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규모가 작았던 새로운 업무와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AI X화’는 청년들에게 단순히 새로운 취업 기술을 배우라는 주문이 아니다.
기존 산업의 문제를 새로운 기술로 해결하면서 새로운 일거리와 사업을 만들어내는 산업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AI 교육’만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가 있다.
AI가 확산된다고 해서 청년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역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 문제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고용안정과 인력 전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부가 2026년 7월 발표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에서도 AI·디지털 전환(AX)과 탄소중립 전환(GX)을 산업전환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면서, 전환 과정에서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방향을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청년고용 정책은 세 가지 축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첫째, 현장형 인재 양성이다.
청년에게 단순한 AI 사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제조·물류·농업·물산업·금융·콘텐츠 등 특정 산업의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을 길러야 한다.
둘째, 산업과 교육의 연결이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배운 기술이 실제 기업의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교육 수료증만 늘어날 뿐이다. 기업의 실제 프로젝트에 청년이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청년 창업과 새로운 일거리 창출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
모든 청년을 기존 기업의 채용시장에만 넣으려 해서는 한계가 있다.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기업과 새로운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투자, 실증사업, 공공조달, 규제 개선 등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AI 기반 고용서비스 확대 사례에서도 AI가 구직자의 경력설계와 이력서 컨설팅을 지원하고 기업에는 인재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노동시장 매칭 자체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이처럼 AI는 일자리를 찾는 과정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업자 수’에서 ‘미래 일자리’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명을 취업시켰는지를 세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청년이 6개월 뒤에도 성장할 수 있는가. 1년 뒤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 인재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5년 뒤에는 스스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청년고용 정책의 중심에 들어와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자리’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AI X화에도 위험은 있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고,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업무가 자동화되는 과정에서 직무 전환에 실패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AI 전환은 기술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정부의 제도와 재정 지원, 지자체의 현장 매칭, 대학과 교육기관의 인재 양성, 기업의 투자와 실증, 그리고 청년들의 도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은 새로운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실증사업과 공공조달의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청년 창업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사라지는 악순환을 줄일 수 있다.
청년이 웃어야 미래가 열린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고용 문제는 단순한 취업률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성장잠재력이 둔화되는 시대에 청년이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 인적자본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이 기술을 배우고,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필요하다면 직접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AI X화는 그 자체로 청년고용의 만능 해법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 산업과 AI가 만나는 곳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과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도 이제 그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
취업박람회에서 한 사람의 이력서를 기업에 연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에게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주고, 기업에는 새로운 인재를 만날 기회를 주며, 산업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공급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의 청년고용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청년이 웃지 못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그리고 청년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순히 일자리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산업의 문을 지금부터 함께 여는 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