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연고주의

한국 사회는 유난히 연고(緣故)라는 보이지 않는 끈에 민감하다.
학연(학교 인연), 지연(지역 인연), 혈연(혈족 관계) 등으로 대표되는 연고주의는 인간관계의 끈끈함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 전반에 불공정과 불신을 낳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연고주의가 낳는 부작용
연고주의는 채용, 승진, 계약, 심지어 입찰 과정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채용에서 능력보다 학교나 고향, 가족 인맥이 우선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청년층은 박탈감을 느끼고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
또한 정치와 행정 영역에서 연고주의가 작동할 경우 공정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 특정 집단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부패 구조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노력보다 배경이 중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는다.
■ 왜 연고주의가 강한가
한국의 역사적 배경도 연고주의 심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농경사회에서 혈족과 지연은 생존을 위한 안전망이었고, 산업화 초기에도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친분 관계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사회 구조가 복잡해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연고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면서, 개인의 능력과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 해결 방안은?
전문가들은 연고주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와 문화적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공정한 제도 확립 :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 확대, 투명한 평가 기준 마련 등이 필수적이다.
2.사회적 인식 변화 : ‘누구를 아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교육 현장부터 능력과 성실을 우선으로 평가하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3. 감시와 견제 강화 : 공공기관과 기업은 연고 중심의 의사 결정을 견제할 내부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회는 이를 감시할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 건강한 관계로 전환해야
연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고향 사람들과의 유대는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중요한 힘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공정과 정의를 침해하는 순간,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변한다.
이제 연고는 특혜의 사다리가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공동체적 자산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신뢰와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연고주의의 부정적 관행을 넘어 건강한 관계 문화로 전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