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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작은 기적, 일상을 지켜낸 두 영웅

산타뉴스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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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강동석 씨와 대리기사 장복선 씨, ‘도로 위 히어로즈’가 들려준 따뜻한 이야기
[사진제공 카카오모빌리티]
[사진제공 카카오모빌리티]

세상은 여전히 팍팍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어느 날 불현듯 마주치는 작은 친절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무심히 흘러가던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기도 한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최한 ‘도로 위 히어로즈’ 시상식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을 증명했다.

 

치매 어르신을 향한 배려

 

지난 3월, 한 시민은 치매가 심해진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어렵게 택시를 잡았다. 그 택시는 다름 아닌 강동석 기사였다. 할머니가 실수로 옷을 적시자 그는 전혀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트렁크에서 여벌 바지를 꺼내 건넸다. 그리고 병원 앞에 도착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곧 꽃이 피니 손녀와 꽃구경 가셔야죠”라며 따뜻한 말을 전했다. 승객은 그날의 감동을 오래 간직했고, 결국 강 기사를 ‘도로 위 히어로즈’로 추천하게 됐다.

 

강 씨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있어 더욱 마음이 갔다”며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기사님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위험한 도로 위에서 아이를 지켜낸 용기

 

지난 5월, 전주 평화동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대리기사 장복선 씨는 도로를 건너려는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4~5차선 차량이 오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려 달려가 아이를 안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후 치킨집에 아이를 맡기고 부모를 수소문했으며, 곧 도착한 아버지 품으로 아이가 무사히 돌아갔다.

 

장 씨는 “평소 제자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가르쳐왔다.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아이를 지켜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책임감’에서 비롯된 힘

 

강 기사에게 택시업은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이자 봉사’다. 그는 “불친절한 경험을 겪은 승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작은 배려가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장 기사는 낮에는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며 가족을 책임진다. 그는 “아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직하고 성실한 삶이 결국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는 ‘일상 속 영웅’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영웅이 되는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다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잠시 멈춰 손을 내밀 용기를 낸다면 누구든 ‘일상 속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한다”고 했고, 장 씨는 “더 많은 이들이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전하는 진심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강 기사는 “부족한 가장임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며 “이제는 각자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장 기사는 “아빠의 직업을 존중해준 세 자녀와 늘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세상은 노력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두 기사의 진솔한 고백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의 일상’에서 진짜 영웅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매일 무심히 오가는 도로 위에도,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는 작은 기적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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