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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월급은 내가 낸다”…미국 ‘은둔의 부자’ 티머시 멜런의 1900억 원 기부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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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셧다운으로 막힌 급여 대신, 한 노년 재벌의 선택이 보여준 ‘조용한 애국심’
1981년의 멜론  [사진제공 위피키디아]
1981년의 멜론 [사진제공 위피키디아]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으로 수많은 군 장병이 급여를 받지 못하던 시기, 한 사람의 이름 없는 기부가 나라를 움직였다. 

 

1억3000만 달러, 우리 돈 약 1900억 원. 그 거대한 금액을 내놓은 이는 다름 아닌 철도·은행 명문가 ‘멜런 가문’의 상속자이자 83세의 은둔 갑부, "티머시 멜런(Timothy Mellon)"이었다.

 

멜런은 기부금을 “군인들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로만 사용하라”는 조건과 함께 정부에 전달했다. 정치적 계산이나 언론 노출 없이, 오직 장병들의 생계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애국자의 숭고한 행동”이라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지만, 멜런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세상의 시선보다 신념이 앞선 사람이었다.

 

그는 과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대선 캠페인, 일부 보수 단체에 거액을 지원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삶의 방식은 정반대였다. 멜런은 2015년 자서전에서 “복잡한 세금 제도와 도시의 소음을 피해 코네티컷을 떠나 와이오밍으로 이주했다”고 썼다. ‘조용히 살되, 할 일은 한다’는 그의 신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의 재산은 약 20조 원대. 그러나 그는 호화로운 파티나 언론 인터뷰보다, 조용히 사회의 균형추를 맞추는 ‘기부’로 세상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를 둘러싼 시선은 완전히 따뜻하지만은 않다. 자서전의 일부 표현이 인종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정치 후원금의 방향성이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군 급여’ 기부만큼은 미국 사회를 초월한 행위로 평가된다. 

정치와 이념,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돈을 내놓은 노인’—

그 단순함이 오히려 큰 울림을 준다.

 

이 기부의 본질은 ‘누구의 편이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쓰이느냐’에 있다.


1900억 원은 숫자이지만, 그 안에는 ‘책임을 대신 짊어진 양심’이 있다.
멜런의 이름이 아니라, 그의 선택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조용히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한 사람의 용기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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