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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사라진 명화, 부동산 광고에서 발견

산타뉴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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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약탈품의 뜻밖의 재등장
[AI 유사 생성 이미지]
주세페 기슬란디(Giuseppe Ghislandi)**의 작품 ‘여인의 초상’(콜레오니 백작부인)'으로 추정된다.[AI 유사 생성 이미지]

아르헨티나의 한 부동산 매물 광고 속 거실 사진에서 80여 년 전 나치 독일이 약탈했던 명화가 포착돼 국제 미술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광고 속 벽면에 걸린 그림은 후기 바로크 시대 화가 "주세페 기슬란디(Giuseppe Ghislandi)**의 작품 ‘여인의 초상’(콜레오니 백작부인)"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원래 네덜란드의 유대인 미술상 "자크 고드스티커(Jacques Goudstikker)"가 소유했던 컬렉션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40년 독일의 네덜란드 침공 직후, 고드스티커는 가족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그가 남긴 1,100여 점의 소장품은 곧바로 나치 고위층의 손에 넘어갔다. 특히 이 그림은 당시 공군 총사령관이자 ‘나치 2인자’로 불렸던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이 차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후에도 오리무중이었던 행방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고드스티커의 일부 소장품은 독일에서 회수돼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 등에 전시되었고, 2006년에는 202점이 그의 며느리이자 유일한 상속인에게 반환됐다. 

 

그러나 ‘여인의 초상’은 끝내 발견되지 않아 네덜란드 문화부의 공식 ‘미반환 미술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네덜란드 언론은 전쟁 관련 문서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그림이 괴링의 측근 프리드리히 카드기엔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단서를 확인했다. 

 

하지만 카드기엔은 이미 1978년 사망했고, 그의 두 딸은 수년간의 연락 시도를 거부했다. 

그러던 중 최근 아르헨티나 해안도시의 주택 매물 광고에서 그들의 집이 등장했고, 거실 벽에 걸린 그림이 바로 실종된 명화로 의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학계와 법적 대응

 

미술사 전문가들은 사진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작품의 화풍과 세부 요소가 기슬란디의 진품과 일치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 감정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진품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고드스티커 가문의 법률 대리인은 “조상에게서 강제로 빼앗긴 유산을 되찾는 것이 가족의 오랜 목표였다”며 작품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상속인 역시 “컬렉션의 모든 약탈품을 되찾아 가문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의 관심

 

이번 발견은 단순히 한 점의 그림을 되찾는 문제를 넘어, 2차 대전 시기 나치 약탈 문화재의 미해결 과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전쟁 이후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천 점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잃어버린 유산’으로 남아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은밀히 개인 소장품이나 상업적 거래 속에 숨어 있다.

아르헨티나 부동산 광고에서 우연히 드러난 ‘여인의 초상’은, 강제로 끊어진 역사와 기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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