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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는 순간, 사람들은 소망을 꺼낸다

성연주 기자
입력
육대주로 본 해돋이

해는 매일 떠오른다.
그러나 새해의 해돋이는 조금 다르다.
어제와 오늘을 가르는 경계 위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고,
떠오르는 빛에 저마다의 마음을 얹는다.
육대주 곳곳에서 해돋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그 사회가 삶과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된다.


아시아


해를 ‘맞이하는’ 문화 

동해 해돋이 CC0

한국에서 해돋이는 소망과 함께 시작된다.
동해안과 산 정상에 모인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말보다 마음이 앞서고, 박수보다 침묵이 길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짐한다.
올해는 조금 더 견디고, 조금 더 나아가겠다고. 

 후지산 해돋이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후지산 해돋이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일본의 해돋이, ‘하쓰히노데’는 의식에 가깝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해 앞에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다.
해는 축하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다.
절제와 침묵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는 새해의 아침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황산(黃山) 해돋이 PD·CC0
황산(黃山) 해돋이 PD·CC0

 

중국의 해돋이는 개인보다 자연의 질서를 강조한다.
황산의 봉우리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인간의 크기를 작게 만든다.
해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존재라기보다 자연의 흐름을 따르라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유럽


어둠을 지나 만나는 빛 

설원 해돋이 Pexels CC0
설원 해돋이 Pexels CC0

 

핀란드에서 해돋이는 흔하지 않다.
긴 겨울 동안 태양을 거의 보지 못한 뒤에야 사람들은 다시 빛을 만난다.
이곳에서 해돋이는 시작이 아니라 회복에 가깝다.

버텨낸 시간에 대한 조용한 보상처럼 떠오른다. 

피오르 해돋이 CC0
피오르 해돋이 CC0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위로 오르는 해는 서두르지 않는다.
기다림과 인내가 일상이 된 사회답게 해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상을 밝힌다.
유럽의 해돋이는 속도보다 균형을 닮아 있다.

 


아프리카


태양이 신이었던 대륙 

피라미드와 해돋이 Wikimedia Commons
피라미드와 해돋이 Wikimedia Commons

 

이집트에서 해돋이는 시간의 깊이를 드러낸다.
피라미드 뒤로 떠오르는 태양은 수천 년 전 태양을 신으로 섬기던 문명의 기억을 깨운다.
오늘의 아침과 고대의 아침이 겹치는 순간이다.
해는 여전히 인간 위에 있다. 

사바나 해돋이 CC0
사바나 해돋이 CC0

케냐의 사바나에서 해돋이는 생존의 신호다.
해가 떠오르면 초원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프리카에서 해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결정하는 존재다.

 


북아메리카


개인의 시간을 여는 빛 

그랜드캐니언 해돋이 Public Domain
그랜드캐니언 해돋이 Public Domain

 

미국의 해돋이는 대체로 조용하다.
그랜드캐니언의 일출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 속에 머문다.
해는 공동체의 의식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을 돌아보는 배경이 된다.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CC0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CC0

캐나다의 해돋이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해는 자연이 먼저이고, 인간은 그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남아메리카


태양과 대화하던 기억 

마추픽추 인근 안데스 고원의 해돋이 퍼블릭 도메인
마추픽추 인근 안데스 고원의 해돋이 Public Domain

페루 마추픽추의 해돋이는 대화처럼 느껴진다.
잉카 문명은 태양을 신으로 여겼고,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안데스 산맥 위로 떠오르는 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다. 

해변 해돋이 CC0
해변 해돋이 CC0

브라질의 해돋이는 해변에서 시작된다.
삶과 축제가 맞닿아 있는 사회답게 해는 무거운 의미보다 에너지를 전한다.
새 아침은 곧 새로운 움직임이다.

 


오세아니아


가장 먼저 맞는 아침 

시드니 인근 해안의 해돋이 CC0
시드니 인근 해안의 해돋이 CC0

호주는 태평양을 마주한 해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이른 아침을 맞는다.
해돋이는 시작을 알리는 선언처럼 떠오른다. 

남섬 해돋이 CC0
남섬 해돋이 CC0

뉴질랜드의 해돋이는 고요하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흐릿한 이곳에서 해는 조용히 하루를 연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가 아침의 풍경에도 담겨 있다.
해는 매일 같은 방식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와 기억, 삶의 방식에 따라 그 빛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육대주를 가로지르며 바라본 해돋이는 말해준다.

 


새해의 소망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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