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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동물 위해 붓을 든 화가, 작품 사용권 기부로 자연 보호 동참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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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우 작가, WWF 후원자 달력에 14점 제공… “눈을 마주친 순간 책임이 시작된다”
 [사진제공 고상우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고상우 인스타그램]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디지털 아티스트 "고상우 작가(47)가  11월 중순,서울 종로구 WWF(세계자연기금) 사무소에서 내년 후원자 달력 제작용 작품 14점의 사용권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에는 새로 공개한 신작 1점을 포함해 멸종위기 동물을 세밀하게 담은 대표작들이 포함된다.

고 작가는 오랫동안 기업·기관으로부터 달력 제작 의뢰를 받아왔지만, 올해는 상업적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자연보전단체에 작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WWF는 이 달력을 캠페인에 참여한 후원자에게 전달하고, 후원금은 멸종위기 동물 보호 활동에 사용된다.


 

“10초의 눈 맞춤이 허락처럼 느껴졌다”

 

고상우 작가는 수년간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기록해 왔다.
그는 다큐멘터리, 연구 보고서, 현장 기록 등에서 영감을 얻고,그리고 싶은 동물이 있다면 해외 오지라도 직접 찾아간다.

2019년 호주 산불 이후에는 살아남은 코알라를 만나기 위해 피해 지역을 찾았고,최근에는 백령도를 여러 차례 방문해 겨우 물범 한 마리를 마주했다.
그는 “동물이 사람을 피하면 그리지 않는다”며 “10초 이상 눈을 맞춰줄 때만 셔터를 누른다. 그 짧은 순간이 허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사진과 디지털 페인팅… ‘시선’을 중심에 둔 작업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멸종위기 동물을 직접 촬영한 뒤 음영과 색이 반전된 네거티브 이미지를 만들고,그 위에 디지털 페인팅으로 세밀한 채색을 더한다.

작품을 보면 깊은 눈동자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고 작가는 “관람자가 동물과 똑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길 바란다”며 눈의 표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아 가수 마돈나, 투자자 레이 달리오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기부의 배경… “아름다움이 스스로 행동을 만든다”

 

고상우 작가는 어린 시절 유기동물 구조를 도우며 자연스레 동물에 마음을 두었다.
2010년대 초 기후변화 관련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예술이 멸종위기 동물의 현실을 알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며 “그저 작품을 보며 ‘예쁘다’, ‘경이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부의 의미와 전망

 

WWF는 내년부터 해당 작품들로 제작한 후원자 달력을 배포한다.
단체는 “작가의 재능 기부로 후원자와 더 깊은 메시지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술을 통한 환경 메시지가 “직접적인 경고보다 더 오래 남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따뜻한 조명 아래 앉은 산타는 조용히 달력의 한 장을 넘긴다.


동물의 눈빛마다 작가가 기다린 ‘10초의 허락’이 스며 있는 듯해 잠시 멈춰본다.
산타는 “세상을 지키는 일은 꼭 큰 선물만 필요한 건 아니지”라고 중얼거린다.
그는 자신이 전하는 선물도 결국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지켜야 할 것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 본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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