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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속 반려동물 포기 급증…국내 보호소 ‘수용 한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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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속 반려동물 포기 급증…국내 보호소 ‘수용 한계’ 경고

산타뉴스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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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진료비 상승, 주거 불안정, 팬데믹 후폭풍까지 겹쳐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

 

국내 반려동물 보호소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포기 사례 증가로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인에 의한 반려동물 포기(Owner Surrender)’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부담, 주거 불안정, 그리고 코로나19 시기 입양 붐의 후폭풍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보호소는 물론, 동물복지단체까지 비상이 걸렸다.

 

경제난이 키운 포기 행렬

 

국내 보호소 관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년간 사료와 진료비, 예방접종 및 수술비, 용품 구입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실업, 부채, 물가 상승과 같은 거시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려운 가정이 늘었다. 한 보호소 운영자는 “예전에는 주로 고령이나 질병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생활비가 감당 안 된다’며 포기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 동물보호국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포기 이유 중 약 7.2%는 순수한 경제적 이유, 14%는 주거 불안정(전월세 인상, 반려동물 금지 규정 등), 60% 이상은 가족·지인 돌봄 부재가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비율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 고령 가구에서 건강 악화나 사망으로 보호소에 맡겨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 입양 붐의 ‘그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규모 입양 붐의 후폭풍이라고 분석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례가 많았지만, 일상 복귀 이후 돌봄 공백, 행동 문제, 사회화 부족이 드러나면서 다시 보호소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팬데믹 때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막상 직장과 사회활동이 재개되자 감당이 안 된다는 문의가 많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호소, 인력·예산 모두 한계

 

전국 대부분의 보호소는 이미 수용 한계에 도달했다. 인력과 예산 부족 속에서 장기 체류 동물까지 늘어나면서 과밀화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특히 90% 이상의 동물을 살려내는 ‘노킬(No-Kill) 보호소’들도 입양률 감소와 포기 증가가 겹치면서 더 이상 수용이 어렵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임시 대책은 ‘땜질’에 불과

 

일부 단체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료·진료비 지원 프로그램, 임시 보호(위탁) 시스템 활성화, 행동 교정 교육 및 문제 예방 상담, 대규모 입양 행사, 불임수술 캠페인 등을 통해 포기율을 낮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해결책이 없는 한, 이러한 임시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크다.

 

“반려동물은 가족” 인식 전환 필요

 

동물보호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확대와 함께,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제 위기와 사회 변화가 반복될 때마다 반려동물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교육·복지·법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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