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한 점이 된 “구사마 야요이”

【산타뉴스 문화】
수많은 점이 되어 영원으로 떠나다
― 구사마 야요이, 고독을 예술로 바꾼
97년의 생애
세상에는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 상처를 꽃으로 피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위로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구사마 야요이는 후자의 사람이었다.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불안과 환영을 피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점과 그물, 호박과 거울 속의 빛으로 바꾸어 놓았던 그는 2026년 8월, 아흔일곱 해의 긴 생을 마치고 영원의 세계로 떠났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구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는 환영과 환각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보았던 점과 그물무늬를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훗날 세계인이 ‘구사마의 물방울무늬’라고 부르게 된 독특한 예술언어는 어쩌면 한 소녀가 두려운 세계를 견디기 위해 찾아낸 자신만의 생존법이었는지도 모른다.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뉴욕에서 ‘인피니티 네트(Infinity Nets)’를 비롯해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업을 이어갔다. 작은 점 하나가 수백, 수천 개로 번지고, 거울 속 빛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작품에서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의 경계를 잃고 거대한 우주의 일부가 된다. 구사마가 말했던 ‘자기 소멸(Self-Obliteration)’의 세계였다.
그러나 화려한 작품 뒤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뉴욕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77년부터 정신의료기관에서 생활하면서 가까운 작업실을 오가며 창작을 계속했다. 세상과 싸우기보다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 안의 두려움과 싸웠고,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진 붓질은 마침내 세계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대표적인 호박도, 무수한 물방울도 단순히 기발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상처 입은 한 인간이 절망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평생 찍어 나간 ‘생명의 점’이었다. 한 점 옆에 또 한 점을 찍으며 그는 삶을 이어갔고, 마침내 그 작은 점들은 세계의 미술관과 도시를 뒤덮는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구사마 야요이는 마지막 날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쩌면 그의 삶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따뜻한 메시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삶이 완벽해진 뒤에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픔을 품은 채로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만들며 끝까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
이제 붓을 내려놓은 구사마 야요이. 그러나 그가 남긴 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하나의 점은 또 다른 점을 만나고 그 점들은 끝없는 우주가 된다.
한 사람의 생은 멈췄지만 그가 그려놓은 ‘무한’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