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ARMY로 보는 팬덤 문화 – 제6부
산타뉴스 | 기획연재
산타뉴스 남철희 편집장
2026년 8월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
BTS의 ‘ARIRANG’ 월드투어 공연이 한창이던 그날,객석에는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아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과 가족들이었다.
미국의 아동 지원 비영리단체 Heroes for Children과 Make-A-Wish 등의 지원을 통해 공연에 초청된 어린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열 살 소녀 올리비아가 있었다.
BTS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 올리비아
하지만 이날 올리비아가 앉아 있던 객석은 평범한 팬의 자리가 아니었다.병원과 치료실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견뎌온 어린이가 잠시나마 병마를 잊고 그토록 좋아하던 BTS의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올리비아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온 지민
공연 도중 지민이 객석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쳤다.
지민은 어린 소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어 작은 키링을 건넸다.그리고 올리비아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마지막으로 지민은 올리비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이었다. 올리비아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향해 외쳤다. “I got a kiss!”“나 키스 받았어!”
그 한마디에는 어린 소녀의 기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자신이 아픈 어린이라는 사실도,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는 사실도 잠시 잊은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BTS의 지민에게 키스를 받은 한 명의 어린 팬이었다.
그 환한 웃음은 현장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그리고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한 장의 영상이 세상을 움직이다
Heroes for Children은 이 특별한 순간을 SNS를 통해 공개하며 BTS와 지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올리비아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올리비아의 웃음에 함께 웃었고, 그 장면을 본 팬들은 “저 아이에게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댓글에 머물지 않았다. 기부로 이어졌다.
“우리도 아이들을 돕자”
글로벌 ARMY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민과 올리비아의 만남을 계기로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Heroes for Children의 모금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처음 설정된 모금 목표는 5만 달러였다. 그런데 목표액은 빠르게 넘어섰다.
보도에 따르면 9월 1일 현재 97,232.27달러 (약 1억3,400만 원)가 모금됐다.
누군가는 큰돈을 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작은 금액을 보탰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액수만이 아니었다.한 어린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세계 곳곳에서 하나로 모였다는 사실이다.
지민이 건넨 것은 키스 하나였지만 지민이 올리비아에게 건넨 것은 키링 하나와 포옹,
그리고 짧은 입맞춤이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올리비아에게는 아마 평생 기억할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짧은 순간은 올리비아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한 아이가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 마음이 기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부는 또 다른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한 사람 사랑받는 가수의 배려가 수많은 사람의 선행으로 번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팬덤을 단순히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팬덤은 때때로 ‘마음의 릴레이’가 된다
누군가는 지민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BTS의 음악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공연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팬덤의 의미는 달라진다.
이번 일에서 특히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 팬들에게 기부하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장면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였다.
“나도 저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 그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였다. 5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한 모금이 97,000 달러를 넘어선 것은
그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한 번의 이야기가 아니다.
BTS와 ARMY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비슷한 장면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멤버의 생일을 기념해 어려운 어린이를 돕는다.
누군가는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위한 성금을 보낸다.
누군가는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한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했던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마지막까지 세상에 사랑을 남긴다.
그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위한 마음으로 바뀌었다는 것.
한 어린 팬이 공연장에 오지 못한 날,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BTS를 사랑했던 한 어린 팬.
그 아이는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공연을 끝내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부모가 내린 한 결정은 아이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이어주었다.
장기기증
아이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시작된 것이다. 한 어린 팬의 사랑은 공연장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가 내린 선택을 통해 또 다른 생명들에게 이어졌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가 팬덤 문화를 이야기하는 이유
어쩌면 팬덤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이런 순간에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무대 위의 스타가 한 아이에게 손을 내민다. 아이가 웃는다.
그 웃음을 본 팬들이 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손길이 또 다른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한 사람의 따뜻한 행동이 또 한 사람의 따뜻한 행동을 낳는 것.
그것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
문화란 결국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동과 마음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I got a kiss!” 올리비아가 외친 짧은 한마디.
“I got a kiss!” 그 말은 단순히 “나 키스 받았어!”라는 어린아이의 기쁨만은 아니었다.
그날 올리비아는 병마와 싸우는 환자가 아니라 꿈꾸던 스타를 만난 한 명의 어린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수많은 사람들은 질투하지 않았고 오히려 축복하고 환호하며 그 아이의 기쁨을 다른 아이들의 희망으로 바꾸었다.
지민이 건넨 것은 몇 초의 따뜻한 순간이었지만,그 순간은 국경을 넘어 퍼졌고,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마침내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1억 원이 넘는 기부로 이어졌다.
한 사람의 배려는 작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 끝은 결코 작지 않다.
산타뉴스가 기록하고 싶은 팬덤 문화의 진짜 모습도 바로 그곳에 있다.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을 건넸고,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이 웃었으며, 그 웃음을 본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나누었다.
한 번의 포옹이 한 아이의 기억이 되고,
한 아이의 웃음이 수많은 사람의 기부가 되고,
그 기부가 또 다른 아이들의 희망이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선한 팬덤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지도 모른다.
다음 제7부의 11살 멜라니가 남긴 마지막 선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