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사회

청년 특집 | 청춘이여 일어나라 1

류재근 기자
입력
고립, 은둔 청년 54만 명 시대
청년 한 사람의 침묵을 개인의 실패로 방치할 때 우리 사회는 수 십만 명의 가능성과 미래를 함께 잃게 된다.

[산타뉴스 청년특집①]

 

닫힌 방문 안의 청춘 

  —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시대

 

 

편집자 주

취업 실패와 경제적 불안,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겹치면서 세상과 거리를 두는 청년이 늘고 있습니다. 고립과 은둔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산타뉴스는 3회에 걸쳐 고립·은둔 청년의 현실과 일본의 경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봅니다.

 

 

실패가 반복되자 방문이 닫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수십 차례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탈락한 청년이 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취업 정보를 나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요즘 무엇을 하느냐”는 평범한 질문도 자신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렸다. 결국 외출은 편의점에 가는 정도로 줄었고 가족과의 대화마저 끊겼다.

 

정부는 고립·은둔 위험에 놓인 청년이 최대 약 54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청년 개인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관계망과 청년 지원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첫 정부 실태조사에서도 상당수 청년이 학업과 취업의 어려움, 대인관계 문제, 가족 갈등 등을 고립의 계기로 꼽았다. 

 

가족과 살아도 외로운 청년들

 

고립은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같은 집에 살면서도 대화하지 않고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가족 내 고립’도 적지 않다. 부모는 자녀를 답답해하고, 자녀는 부모의 걱정과 충고를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 전체가 외부와 단절되고 부모 역시 우울과 탈진을 겪게 된다.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은 신체·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해지며,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두려워진다. 다시 취업하라는 독촉은 오히려 자책과 불안을 키울 수 있다. 

 

‘게으른 청년’이라는 낙인부터 거둬야

 

전문가들은 은둔을 무기력이나 게으름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반복된 실패와 관계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일종의 방어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하기보다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 먼저다.

 

고립·은둔 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학교 부적응, 취업 실패, 직장 내 갈등, 경제적 빈곤과 가족 불화가 오랜 시간 쌓여 나타난다. 따라서 학교와 대학, 고용센터, 정신건강기관과 지역 청년센터가 조기에 위험 신호를 발견해야 한다.

 

닫힌 방문을 여는 열쇠는 질책이 아니라 신뢰다. “왜 그렇게 사느냐”가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묻는 사회가 필요하다. 청년 한 사람의 침묵을 개인의 실패로 방치할 때, 우리 사회는 수십만 명의 가능성과 미래를 함께 잃게 된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