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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크고 용모 준수” 전해진 견훤, 이제는 얼굴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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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크고 용모 준수” 전해진 견훤, 이제는 얼굴을 되찾는다

산타뉴스 김 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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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후백제 시조 ‘견훤’ 표준영정 제작 본격화… 민두상 기반으로 역사 재조명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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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를 세운 시조 ‘견훤’의 얼굴을 복원하려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전주시가 주도하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예술 작업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역사적 뿌리를 되찾으려는 문화적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고려의 왕건이나 조선의 태조 이성계처럼 국가 차원에서 지정된 ‘표준영정’을 지닌 역사 인물들과 달리, 견훤은 표준영정이 없는 상태였다. 그의 외모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 데다, 정치적 이유로 역사 속에서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시는 학계와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견훤의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년간 표준영정 제작을 위한 사전 준비에 착수해 왔으며, 최근 화가 선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며 실질적 제작 단계에 돌입했다.

전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견훤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사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체격이 크고, 용모가 준수했다"는 문구가 유일한 단서다. 이에 따라 시는 사료 고증 외에도 전주 견씨의 후손 40명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평균적인 외형의 공통점을 추출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술적 추정을 통해 ‘민두상’ 형태의 두상 모델을 제작했다.

김병희 연구원(견훤 표준영정 용역사)은 "백제인의 두상 자료를 바탕으로, 전주 견씨 후손 중 어떤 표본이 가장 유사한 특징을 지니는지를 분석했다"며, "이를 종합해 견훤의 외형을 반영한 민두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민두상을 기반으로 한 정식 초상화를 제작하고, 이를 정부 표준영정으로 지정받는 일이다. 전주시는 다음 달 안에 영정을 그릴 화가를 선정한 뒤, 초안을 바탕으로 옷차림과 색감, 시대적 배경 등을 위원회와 협의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유빛나 전주시 국가유산관리과 주무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 견훤 영정 초안을 제출한 뒤, 복식이나 표정, 채색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위원회와 논의해가며 점차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3년 남원시가 춘향전 주인공 영정을 새로 공개하면서 외모 표현을 두고 논란을 겪은 사례를 교훈 삼아, 보다 객관적인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당시 남원시의 춘향 영정은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비판으로 인해 표준영정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전주시 측은 “견훤의 영정이 시대를 초월해 후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며, 빠르면 내년 중 표준영정 등록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는 그동안 견훤의 역사적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표준영정 사업은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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