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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획 | “사랑은 왜 이리 힘들까요”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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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 , 상처받은 젊음의 행로
삶이 불안할수록 우리는 혼자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럴수록 누군가의 온기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취업·고용 불안에 지친 청년들, 연애도 인간관계도 ‘거리 두기’

 

상처받지 않으려 닫은 마음, 그러나 고독은 더 깊어진다

 

“연애를 하면 행복해야 하는데,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헤어지고 상처받을 일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한 청년의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마음 한편을 보여준다. 일자리는 불안하고 미래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으며,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며 관계를 오래 가꾸는 일은 때로 행복보다 또 하나의 ‘감정 노동’처럼 느껴진다.

 

사랑이 싫어서가 아니라, 상처가 두려워서

 

청년들이 사랑을 포기하는 까닭을 단순히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취업 실패와 반복되는 경쟁, 불안정한 고용과 경제적 부담 속에서 자존감이 흔들리다 보면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친구와의 만남을 줄이고,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관계만 유지하면서 스스로 인간관계의 반경을 좁혀가는 청년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문제는 상처를 피하기 위해 만든 마음의 울타리가 때로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된다는 데 있다. 만나지 않으면 갈등도 줄고 헤어질 일도 없지만 기쁨을 나누거나 힘든 날 기대어 울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사라진다. 그렇게 ‘혼자가 편하다’는 선택이 오래 지속될수록 편안함의 빈자리에는 어느새 고독이 들어선다.

 

관계까지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대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실패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괜찮은 직장을 구해야 하며,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이제 사랑과 인간관계마저 성공과 실패의 언어로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정답이 없고, 사랑에는 합격도 불합격도 없다. 때로는 서툴고 상처받으며 멀어졌다가 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왜 연애하지 않느냐”는 충고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회적 안정감일지 모른다. 일자리와 주거의 불안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정책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부담 없이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공동체와 문화적 공간도 필요하다.

 

불안할수록 한 발 나아가야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잘 지내?”라는 짧은 문자를 보내는 일, 혼자 걷던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는 일, 동아리나 운동 모임에 한번 나가보는 일도 충분하다. 거창한 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문을 완전히 잠그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사람을 두렵게 만들지만  이상하게도 그 상처를 견디게 하는 것 역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삶이 불안할수록 우리는 혼자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럴수록 누군가의 온기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취업하지 못했다고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며, 형편이 어렵다고 친구를 만날 자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오늘의 작은 관계 하나는 삶을 붙잡아주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아직 모든 것이 불안한 청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상에서 너무 멀리 물러서지는 말자. 

불안할수록 뭐든 작은 것 하나부터 다시 한 발을 떼어보자. 

그 한 걸음 끝에서 뜻밖에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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