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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개성파 배우 스티브 부세미…9·11이 터지자 다시 소방복을 입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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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배우가 모든 촬영을 멈추고 구조 현장으로 향했다…보수도, 스포트라이트도 바라지 않았던 조용한 용기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1957년 12월 13일 ~ )는 미국의 배우, 영화 감독이다. 1980년부터 1984년까지 뉴욕 소방국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1984년 영화 'The Way It Is'으로 배우로 데뷔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로 2011년 제17회 미국배우조합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과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나무위키]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1957년 12월 13일 ~ )는 미국의 배우, 영화 감독이다. 1980년부터 1984년까지 뉴욕 소방국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1984년 영화 'The Way It Is'으로 배우로 데뷔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로 2011년 제17회 미국배우조합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과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나무위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쌍둥이빌딩을 바라보던 그날, 한 할리우드 배우는 레드카펫 대신 오래전 벗어두었던 소방복을 다시 꺼내 입었다. 

배우 스티브 부세미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뉴욕소방국(FDNY)에 복귀해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카메라 앞이 아닌 잿더미 속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찾는 일을 선택했다.


오늘날 스티브 부세미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 파고, 콘 에어, 아마겟돈,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로 알려져 있다. 

개성 강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성격파 배우로 사랑받았지만, 그의 삶에는 배우 이전의 또 다른 이력이 있었다.


부세미는 배우가 되기 전인 1980년부터 약 4년간 뉴욕 브루클린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화재 현장을 누비며 시민들을 구조했고,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소방서를 떠난 뒤에도 동료들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9·11 테러가 발생했다.


누구나 현장을 떠나려던 그날, 부세미는 반대로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뉴욕소방국에 자원해 다시 소방복을 입고, 브루클린 소속 대원들과 함께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잔해 속에서 구조와 수색 작업을 도왔다. 하루 이틀의 상징적인 방문이 아니었다. 

연기 활동을 멈춘 채 여러 날 동안 교대 근무를 하며 먼지와 연기 속에서 삽을 들고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탰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 일을 거의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론 인터뷰를 자청하지도 않았고,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소방관들이 훗날 그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을 뿐이다. 

동료들은 "그는 배우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소방관으로 일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선택은 우연이 아니었다. 배우가 된 뒤에도 부세미는 뉴욕소방국을 꾸준히 후원했고, 

순직 소방관과 가족들을 위한 모금 활동에도 참여했다. 

특히 9·11 이후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구조대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꾸준히 알리며 치료 지원의 필요성을 사회에 호소했다. 

화려한 명성보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배우로서의 경력도 빛났다.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폭넓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에서는 복합적인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대표작보다 9·11 당시의 선택을 먼저 떠올린다.


2024년에는 뉴욕 거리에서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겪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사건 이후에도 특별한 비난이나 과장된 발언 없이 평소와 같은 일상을 이어갔다. 

오랫동안 보여준 그의 차분한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티브 부세미는 화려한 영웅담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 앞에서 자신의 직업보다 책임을 먼저 떠올린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배우는 역할을 연기하지만, 사람은 선택으로 기억된다. 

스티브 부세미는 가장 비극적인 순간, 카메라 앞이 아니라 사람들 곁에 서는 길을 택했다. 

오늘의 산타는 명성보다 책임을, 박수보다 행동을 선택한 그 조용한 용기를 오래 기억한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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