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펄떡이는 참치가 찾아 왔다

동해안에 몰려온 자연산 참다랑어
기후변화가 바꾼 바다의 풍경
편집자 주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의 수온이 달라지면서 어종의 이동 경로와 어민들의 삶도 크게 변하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물던 자연산 참다랑어참치가 대규모로 잡히며 새로운 수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풍어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동해안에 열린 ‘생참치 시대’
한때 우리나라에서 자연산 참다랑어는 남해나 제주 인근에서 간헐적으로 잡히는 귀한 어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서는 수백 마리에서 많게는 수천 마리의 참다랑어가 한꺼번에 그물에 들어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냉동 참치를 수입해 소비했지만, 이제는 동해안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생참치를 신선한 상태로 전국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항구에서 곧바로 위판된 참다랑어는 대도시의 횟집과 백화점, 대형마트까지 빠르게 운송되며 새로운 수산 유통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어민들 역시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다를 바꾸는 기후변화의 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을 꼽는다.
참다랑어는 따뜻한 해역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회유성 어종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먹이 생물이 풍부해졌고, 참다랑어의 이동 경로도 북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오징어와 명태처럼 차가운 바다를 좋아하는 어종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참다랑어와 방어, 삼치 등 난류성 어종은 더욱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동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바다가 아니라 새로운 생태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에게는 기회이자 새로운 과제
자연산 참다랑어의 증가는 어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 마리 가격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동해안 여러 항구에서는 참다랑어 위판이 지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생참치 전문 음식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참다랑어는 국제적으로 자원 관리가 매우 엄격한 어종이다.
무분별한 남획은 자원 고갈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제 쿼터와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풍어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자원 관리와 합리적인 어획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가 보내는 또 하나의 신호
이번 참다랑어 풍어는 기후변화가 우리 식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폭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수산물과 어업, 지역 경제, 해양 생태계까지 모두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이다.
오늘 동해안에서 잡히는 자연산 참다랑어는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먹거리이고, 어민들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구온난화가 바다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풍어의 기쁨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지속 가능한 어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바다의 변화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선택만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해양과 안정적인 수산 자원을 물려줄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