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어르신, 폐지 모은 1,000만원 기부…

이형진 씨, 사랑의열매 통해 한부모가정 지원…“나눔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8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폐지를 모으며 생계를 이어온 어르신이 8년간 모은 1,000만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기부의 주인공은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이형진 씨. 그는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은 돈을 한부모가정에 전달하며, “누군가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지회는 7월 21일, 이형진 씨에게 ‘나눔리더 골드회원’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부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재욱 대전 사랑의열매 회장 등이 참석해, 이 씨의 뜻 깊은 나눔에 감사를 표했다.
이 씨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직접 폐지와 캔 등을 수집해왔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도 벅찰 법한 연세임에도,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금은 대전 대덕구의 한 한부모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며, 주거 안정과 의료비 등 실질적인 지원에 사용된다. 특히 이 씨는 단순한 기부금 전달을 넘어, 본인이 직접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작성한 기도문을 편지에 담아 함께 전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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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곧 삶의 원동력입니다. 멈추었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사랑의 근원이신 하느님이시여! 이 작은 나눔이 이름 모를 길 잃은 어린 소년의 가정에 희망의 새싹이 되도록 영원토록 보살펴주옵소서.”
이 글은 단순한 종이에 쓰인 문장을 넘어, 보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랑의열매에서 운영하는 ‘나눔리더’ 제도는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명예 회원제다. 1년 내 100만 원 이상 기부 시 ‘그린’, 500만 원 이상이면 ‘실버’, 1,000만 원 이상이면 ‘골드’로 구분된다. 이 씨는 최고 등급인 골드회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사회에 깊은 귀감이 되었다.
유재욱 사랑의열매 회장은 “이형진 씨의 나눔은 단순한 물질적 기부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철학과 신념이 녹아 있는 숭고한 실천”이라며 “많은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진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처럼 나이가 많아도,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길 바랍니다.”
87세의 노인이 남긴 이 조용한 울림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잊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