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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같은 날, 같은 자리…보령에 도착한 익명의 나눔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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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과 생필품 110만 원 상당 전달…“이웃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익명 천사가 5년째 보령 남포면에 두고간 선물 [사진제공 보령시]
익명 천사가 5년째 보령 남포면에 두고간 선물 [사진제공 보령시]

 

충남 보령시 남포면행정복지센터에 5년째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나눔을 전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령시는 지난 14일 한 기부자가 현금과 생필품, 손편지를 남기고 센터를 찾았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전달된 후원 물품은 현금 41만4000원과 양말 60켤레, 라면 30박스 등 총 110만 원 상당이다.

 

기부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매년 연말이 되면 직접 준비한 물품과 정성 어린 손편지를 함께 전달해 왔다. 올해도 돼지저금통에 모은 현금과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을 차분히 챙겨 남포면행정복지센터에 두고 갔다.

 

함께 전달된 손편지에는 준비 과정이 담담하게 적혀 있었다. “일 년 중 이날을 기다리며 용돈을 모았다”, “누나들과 함께 이웃을 생각하며 준비했다”는 문장은 과장 없는 진심을 전했다. 기부자는 “작은 마음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나눔의 뜻을 짧게 남겼다.

 

이 익명의 기부는 올해로 5년째다. 보령시에 따르면 해당 기부자는 2021년부터 매년 같은 시기에 후원금과 생필품을 전달해 왔으며, 기부 방식과 대상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해의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남기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종기 남포면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5년 동안 이어진 기부는 금액을 넘어 지역에 신뢰와 온기를 남겼다”며 “전달된 후원금과 물품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보령시는 이번에 전달된 후원 물품을 지역 내 취약계층과 생활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순차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기부자의 뜻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사용 내역 역시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나눔은 충분히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보령의 겨울은 이미 알고 있다.
해마다 같은 날 도착하는 이 조용한 손길은 지역에 ‘기다림’이라는 새로운 연말 풍경을 남겼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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