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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산타뉴스정현구 칼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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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지혜
스페인의 저녁노을이 알함브라 궁전의 붉은 벽돌을 물들일 때,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타 선율로 포착했습니다. 
1896년에 작곡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은 단순한 기타곡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비즈니스 철학을 전달하는 걸작입니다.
Alhambra Palace Architecture | Design & Highlights
 알함브라 궁전의 붉은 벽돌 야경

트레몰로 기법: 지속적 혁신의 메타포

 

타레가가 이 곡에서 사용한 트레몰로 기법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트레몰로는 같은 음을 빠르게 반복하여 마치 하나의 긴 선율처럼 들리게 하는 연주법입니다. 기타리스트는 오른손 엄지, 약지, 중지, 검지를 번갈아가며 현을 튕겨야 하는데, 이때 각 손가락의 터치가 완벽하게 균등해야 합니다. 단 하나의 손가락이라도 힘이 달라지면 아름다운 선율은 깨어집니다.


이는 현대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지속적 혁신(Continuous Innovation)'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작은 개선사항들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아마존이 고객 서비스를 조금씩 개선하거나, 도요타가 카이젠(Kaizen) 철학으로 생산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트레몰로에서 각 손가락 터치가 균등해야 하듯, 조직의 모든 부문이 일관된 품질로 혁신에 참여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 고객 경험의 일관성

 

곡의 구조를 더 깊이 분석해보면, 트레몰로로 연주되는 주선율과 베이스 라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베이스 라인은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고, 트레몰로는 그 위에서 꿈같은 선율을 펼칩니다. 이 두 요소가 분리되면 곡은 의미를 잃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견고한 운영 시스템과 인프라(베이스 라인)가 있어야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멜로디 라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비슷한 품질의 커피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이라는 베이스 라인 위에 고객 경험이라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추억과 감성: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제목 자체가 강력한 스토리텔링입니다. 타레가는 단순히 기교를 뽐내는 연주곡이 아니라, 특정 장소와 시간의 감정을 음악으로 담아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구체적이고 로맨틱한 배경은 듣는 이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현대의 성공한 브랜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알함브라 궁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나이키의 '그냥 해라(Just Do It)', 코카콜라의 '행복을 열어보세요' 같은 슬로건들은 단순한 제품 설명을 넘어 감정과 추억을 자극합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추억'과 '경험'을 구매합니다.

 

기술적 완성도: 운영의 탁월함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트레몰로 기법의 숙달, 정확한 왼손 포지셔닝, 음악적 표현력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타레가 자신도 이 곡을 작곡한 후 수없이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비즈니스 운영에서도 '기술적 완성도'는 경쟁 우위의 핵심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것, 페데렉스가 전 세계 어디든 정확한 시간에 배송하는 것, 맥도널드가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똑같은 맛을 제공하는 것 모두 오랜 시간에 걸친 운영 노하우의 축적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지속성: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

 

'추억(Recuerdos)'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 곡은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남는 것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8세기부터 존재해온 역사적 건축물로, 수많은 왕조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습니다. 타레가는 이러한 시간의 깊이를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진정한 성공은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가치 창조에서 나옵니다. 워렌 버핏이 말한 "시간은 좋은 기업의 친구이지만 나쁜 기업의 적"이라는 말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 코카콜라, IBM,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기업들이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혁신하면서도 핵심 가치는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장인정신과 조직의 시너지

 

타레가는 홀로 기타를 연주하지만, 그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개인의 깊은 내공과 장인정신이 집약된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이는 현대 조직에서 개인의 전문성과 팀워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완벽주의적 집착을 보였지만, 동시에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 비전을 실현했습니다. 개인의 예술적 감성과 조직의 실행력이 만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결론: 아름다움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공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단순한 연주 기법을 넘어, 비즈니스 성공의 본질적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작은 혁신의 누적, 일관된 고객 경험, 감성적 스토리텔링, 운영의 탁월함, 장기적 관점, 그리고 개인의 장인정신과 조직력의 조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아름다움'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수렴한다는 점입니다. 타레가는 기교를 위한 기교가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공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고객과 사회에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휘대에 서서 오케스트라를 이끌 때나, 회의실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논의할 때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레가처럼 세심한 기법과 깊은 감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향한 확고한 비전입니다. 알함브라 궁전이 세월을 견뎌온 것처럼,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이 시간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youtu.be/ycYC2pCDkhU?si=cfrF6eO5InywIT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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