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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상처가 희망으로”…경북 산불 피해목, 경주 APEC서 고급 가구로 되살아난다

산타뉴스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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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나무에서 피어난 두 번째 생명, 코아스의 ‘따뜻한 재탄생 프로젝트’
Ai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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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거센 불길이 휩쓴 경북의 산자락에서 새 생명이 피어났다.


그 상처 입은 나무들이 정성스러운 손끝을 거쳐 세계의 정상들을 맞이할 고급 가구로 되살아난다.

국내 가구 기업 코아스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가구 협찬사로 참여해, 경북 산불 피해목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17종 142점을 선보인다.

 

이들 가구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화백컨벤션센터 내 정상 집무실, 귀빈 대기실, 양자 회담장 등에 배치되어 전 세계의 시선을 받게 된다.

 

“숲의 상처를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다시 피어나게 하다”

 

코아스는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경북도, 목재 전문기업 동화기업 등과 협력해 피해목 "약 300㎥(입방미터)"를 수거했다.


이 나무들은 안동·의성·영양 등 피해지역에서 벌목되어, 동화기업으로 옮겨진 뒤 파쇄되어 합판으로 재탄생했고, 코아스의 정교한 제작 공정을 거쳐 테이블·소파·의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구로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APEC 참가국 정상들이 직접 사용할 ‘마론(MARUON) 체어’다.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가죽과 산불 피해목의 목분을 결합해 제작된 이 의자는,항균·탈취 기능을 갖춘 친환경 명품으로 재탄생했다.


 

“선한 자원 순환의 완성, 회의 후엔 다시 나눔으로”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 이야기의 온기는 계속된다. 코아스는 정상들이 사용한 의자와 가구를 참가국별로 기부하며,이번 프로젝트를 단발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적 순환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워버리지 않고, 국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회의 종료 후 모든 협찬 가구를 기부해 사회적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버려진 나무에서 시작된 희망의 이야기

 

경북의 잿더미 속에서 태어난 가구들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그들은 자연의 회복력, 사람의 손이 만들어낸 치유,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약속을 상징한다.

불탄 나무가 이제는 세계 정상들이 마주 앉는 회담장의 중심이 되어,
한 나라의 아픔이 지구촌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경주 APEC 회의에서 울려 퍼질 이 ‘따뜻한 재탄생의 서사’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
“상처에도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은 다시 세상을 밝힐 수 있다.”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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