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의 기적…실종된 딸, 다시 어머니 품으로

1971년, 일곱 살의 어린 소녀가 버스를 타고 이모 집을 찾아가던 길에 실종됐다. 시간은 흘러 50년이 넘게 지났고, 소녀는 어느새 환갑을 넘긴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2025년, 기적처럼 어머니와 다시 만났다.
당시 소녀는 서울 영등포에서 길을 잃었다. 종점까지 가버린 버스에서 내린 뒤 혼자 울고 있었던 그는, 한 남성의 손에 이끌려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부모의 이름도, 주소도 기억하지 못했던 아이는 결국 보육원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머니는 단 한 순간도 딸을 잊지 않았다. “죽기 전에 생사라도 알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2023년, 경찰에 다시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장기 실종 사건 전담팀을 구성해 재수사에 나섰고, 1971년 당시 보호시설에 입소한 133명의 자료를 하나하나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실종 당시 상황과 일치하는 한 여성의 기록을 발견했다.
성남보육원에 머물렀던 이 여성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경찰과의 면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버스를 잘못 타 종점까지 갔다가 길을 잃었고, 울고 있던 저를 한 남성이 시설로 데려갔어요.”
이후 진행된 유전자 검사에서 이 여성과 노모는 친자관계로 최종 확인되었고, 지난 7월 25일, 눈물의 상봉이 이뤄졌다.
딸 A씨는 “오랜 시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될 거란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있던 어머니는 “이 나이까지 살아서 딸을 다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며 말없이 딸의 손을 꼭 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하나의 재신고가 결국 54년 간의 기다림을 끝냈다”며 “앞으로도 장기 실종 가족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