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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게임기, 수리비 0엔”…재난 앞에서 먼저 손 내민 닌텐도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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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지진 피해 제품 보증기간 관계없이 무상수리…기부와 어린이 지원까지 이어온 재난 대응
일본 교토에 위치한 본사. [사진제공 위키백과]
일본 교토에 위치한 본사. [사진제공 위키백과]

닌텐도는 최근 일본에서 수해로 고장 난 ‘닌텐도 스위치2’를 무상으로 수리해 준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에 젖은 본체뿐 아니라 조이콘과 독, AC 어댑터까지 손상돼 여러 부품을 교체했지만 이용자가 받은 수리비 청구액은 ‘0엔’이었다.


사연은 일본의 한 이용자가 수리 명세서를 SNS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수해로 작동하지 않게 된 스위치2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수리에 맡겼고, 돌아온 명세서에서 무상수리 사실을 확인했다.


명세서에는 본체를 비롯해 주변기기까지 물에 젖어 교체가 필요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연이 확산되자 해당 게시물에는 13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고, 과거 닌텐도의 서비스를 경험했다는 이용자들의 반응도 잇따랐다.


이번 조치는 일회성 고객 서비스가 아니다. 닌텐도는 지난 7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피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원칙적으로 무상수리하겠다고 밝혔다. 보증기간이 지났거나 보증서가 없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했다.


닌텐도는 당시 피해 주민을 위해 5000만 엔의 의연금도 기부했다. 2024년 노토반도 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에도 피해 복구 지원과 제품 수리에 나선 바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집과 생활용품뿐 아니라 개인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도 한순간에 망가진다. 닌텐도가 보증 여부보다 피해 상황을 먼저 살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난 발생 시점까지 고려해 수리 대상을 정하면서 지원에서 빠지는 이용자를 줄였다.


이 같은 대응은 닌텐도가 강조해 온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닌텐도의 2026년 4~6월 실적에서 스위치2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한 382만 대를 기록했지만, 소프트웨어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1425억 엔으로 전년 동기의 2.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새 게임기를 판매하는 것만큼 이미 판매한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이다. 재난 피해 제품의 무상수리는 사회공헌인 동시에 기업에 대한 신뢰를 쌓는 장기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닌텐도의 사회공헌은 병원으로도 이어진다. 비영리단체 ‘스타라이트 어린이재단’과 30년 넘게 협력하며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들이 병원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와 게임기를 결합해 병원 안에서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스타라이트 게이밍 스테이션’이다. 북미 수백 개 병원에 8800대 이상이 전달됐으며, 1100만 명 이상의 중증 질환 아동에게 게임을 즐길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해로 망가진 게임기의 수리 명세서에 찍힌 ‘0엔’. 닌텐도가 고객과 오랜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그 숫자 하나에 담겨 있었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어려움에 처한 고객의 마음까지 살피는 회사는 흔치 않다. 닌텐도가 오랜 시간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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