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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 할 때, 지친 마음이 돌아갈 세 곳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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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용기로 삶의 지혜를 찾자
오늘 하루가 유난히 고단했다면 조금 늦어도 괜찮다. 잠시 세상을 내려놓고 쉬어도 좋고, 깊은 숨을 쉬며 창 밖을 오래 바라보아도 좋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작은 섬에 머물러도 좋다.

쉼, 숨, 섬

 

지친 마음이 돌아갈 세 곳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잘 사는 것’보다 ‘잘 달리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아침이면 해야 할 일이 줄을 서고,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내일을 걱정하며,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에 스스로를 재촉한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빨리 도착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배워왔지만, 쉼 없이 달려온 어느 저녁 문득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다 보면 이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이토록 바쁘게 살아왔을까.

 

그 질문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어쩌면 오래 잊고 있었던 세 단어인지도 모른다. 쉼, 숨, 섬. 한 글자씩만 다른 이 세 단어에는 지친 현대인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멈추어야 다시 걸을 수 있다  ‘쉼’

 

쉰다는 것은 삶에서 물러나는 일이 아니다. 세상의 빠른 속도에서 잠시 내려와 내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며, 지친 자신에게 다시 걸어갈 힘을 돌려주는 시간이다. 겨울나무가 잎을 모두 내려놓았다고 해서 생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는 이미 다음 봄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모든 순간이 소리로 가득하다면 아름다운 선율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과 음 사이의 침묵이 음악을 완성하듯, 삶에도 멈춤이라는 여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쉼은 삶의 공백이 아니라 회복이며, 멀리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살아 있다는 가장 조용한 증거  ‘숨’

 

잠시 멈추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숨을 쉬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증거인지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힘겨운 날 가만히 앉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면 알게 된다. 아직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 오늘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할 가능성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을 끝까지 견디게 하는 힘은 언제나 거대한 희망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만 잘 건너가자’는 작은 다짐 하나가 긴 밤을 지나게 하고, 깊은 한숨 끝에 다시 들이마시는 한 번의 숨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간다. 숨은 생명이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작고도 분명한 희망의 신호다.

 

혼자가 되어 나를 만나는 곳   ‘섬’

 

그리고 쉼과 숨의 끝에는 이 있다. 누구에게나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 머물 수 있는 마음속 섬 하나쯤은 필요하다. 그것은 사람을 미워해서 숨어드는 곳이 아니라 다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며, 세상을 버리기 위해 떠나는 곳이 아니라 더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오기 위한 장소다.

 

섬은 고립이 아니라 성찰의 공간이다. 혼자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오래된 음악을 듣거나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세상이 붙여준 수많은 이름과 역할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오래 잊고 있었던 자신의 얼굴을 다시 만난다. 충분히 혼자 있어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자신의 상처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 앞에서도 조금 더 오래 머물 줄 안다.

 

쉼은 나를 멈추게 하고, 숨은 내가 살아 있음을 일깨우며, 섬은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게 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유난히 고단했다면 조금 늦어도 괜찮다. 잠시 세상을 내려놓고 쉬어도 좋고, 깊은 숨을 쉬며 창밖을 오래 바라보아도 좋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작은 섬에 머물러도 좋다.

 

인생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왔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 어쩌면 우리를 더 먼 곳까지 데려가는 것은 한 걸음 더 내딛는 힘이 아니라, “오늘은 여기에서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는 따뜻한 용기인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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