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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배움의 한… 기부로 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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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배움의 한… 기부로 갚습니다”

성연주 기자
입력
35년간 이웃 위해 살아온 태안 문기석 이사장의 이야기
충남 태안신협 문기석 이사장(오른쪽)이 태안군청을 찾아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사진제공 태안군
충남 태안신협 문기석 이사장(오른쪽)이 태안군청을 찾아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사진제공 태안군

충남 태안에서 평생을 이웃을 위해 살아온 한 남자가 있다. 충남 태안신협 문기석(62) 이사장은 1991년 첫 기부를 시작한 이후, 35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성금과 장학금을 나누며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누적 기부액은 약 1억6000만원. 지난 7월에도 그는 태안군청에 직접 방문해 350만원을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동생들을 위해 학업 포기…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책임감

 

문 이사장은 태안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열다섯 살에 취업에 나섰다. 국수공장과 방앗간을 오가며 번 돈으로 동생들의 학비를 보탰다. 하루 17시간을 일하면서도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군 복무 당시에도 그는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부대에서 보초를 서며 근무를 병행했다. 조금이라도 더 모아 가족과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첫 기부는 두 아들과 함께… 작은 실천의 시작

 

결혼 후 방앗간과 쌀집을 운영하며 생활이 안정되자, 그는 “어릴 적 도움받았던 기억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1991년, 어린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지역 복지시설에 30만원을 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방앗간 한 켠에 기금함을 설치해, 틈틈이 1000원, 1만원씩 넣으며 지속적인 기부를 이어갔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고철과 폐지 수집도 그의 기부 방법 중 하나였다. 거리에서 발견한 냄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그렇게 모은 자원이 작지만 큰 기부금이 되었다. 때론 폐지를 가득 실은 트럭에 화재가 나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지역을 위한 기부·봉사… 손편지로 이어진 감동

태양복지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문 이사장에 보낸 감사 손편지. 사진제공 문기석 이사장
태양복지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문 이사장에 보낸 감사 손편지. 사진제공 문기석 이사장

문 이사장은 ‘태양복지회’라는 지역 단체의 회원으로 27년째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매년 지역 학생 10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그가 받은 손편지 중 하나에는 “은혜를 잊지 않고, 꼭 누군가에게 되돌려주겠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편지는 아직도 그의 앨범 속에 보관돼 있다.

그는 모교인 송암초등학교에도 매년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집수리 봉사와 방역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2007년 태안군으로부터 ‘태안군민대상’을 수상했다.

 

“50년 채울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문 이사장은 “올해로 35년째인데, 50년까지는 꼭 채워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기부와 봉사는 가진 것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소박하지만 깊은 철학을 전했다.

 

그의 삶은 거창하지 않지만 묵직하고 진실하다. 배고픔과 배움의 갈증을 겪은 그는, 자신의 삶으로 누군가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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