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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따뜻함을 짓는 사람, 래리 엘리슨의 새로운 기부법

산타뉴스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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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끝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작이어야 한다.”
래리 엘리슨 [사진제공 나무위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사진제공 나무위키]

세계 2위의 부자이자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돈을 버는 법’만큼 ‘세상을 바꾸는 법’에도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최근 영국 옥스퍼드 인근에 짓고 있는 대규모 연구소는 단순한 자선 사업이 아니다. 

엘리슨은 이곳을 통해 기술과 시장, 그리고 인간의 선의가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모델을 실험 중이다. 이름하여 ‘엘리슨 옥스퍼드 기술 연구소(EIT)’. 감염병 백신, 기후 변화, 식량 안보, 인공지능 등 인류의 난제를 다루는 연구가 이곳에서 태어난다.

 

엘리슨은 이 연구소를 통해 만들어진 기술을 무상으로 배포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상품화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다시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설계했다.
그는 말한다. “기부는 재정이 고갈되면 멈추지만, 영리 구조는 계속 자라난다.”
즉, 도움이 지속되려면 선의에도 지속 가능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믿음이다.

 

이는 전통적인 ‘비영리형 기부’와는 다른 길이다. 빌 게이츠가 재단을 통해 무상 지원을 이어가는 동안, 엘리슨은 시장의 힘을 통해 공익을 키우고자 한다.


그가 옥스퍼드의 작은 마을에 짓는 20조 원 규모의 연구소는 단지 건물이 아니라,“기술이 선을 지속시키는 방식”을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그 안에서 젊은 과학자들이 성장하고, 그들의 연구가 기업으로 뻗어 나가며,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된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진다. 일론 머스크는 “기부는 단지 선의로 끝나선 안 된다. 진짜 변화를 낳아야 한다”고 말했고, 많은 테크 창업자들이 ‘효율적 이타주의’를 내세워 “더 똑똑한 기부”를 모색한다. 그들의 공통된 질문은 결국 하나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가진 기술이, 잠시의 감동이 아니라 영속적인 희망이 될까?”

 

엘리슨의 도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만든 연구소의 불빛은 이미 다른 부자들의 철학을 흔들고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전통적 기부를 택하겠지만, 누군가는 ‘지속 가능한 선’을 향해 투자라는 이름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 두 길 모두 결국은 같은 곳으로 향한다 — 사람을 위한 기술, 그리고 세상을 위한 마음.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이 남는다.
산타의 시선은 이런 곳에 머문다.
누군가의 거대한 부(富)가 이윤을 넘어 ‘지속 가능한 따뜻함’으로 바뀌는 순간.
도움을 주는 방식이 달라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는 믿음.
기부가 아닌 ‘순환하는 선’으로 세상을 데우는 이들의 손끝에서, 산타는 오늘도 배운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의지라는 것을.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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