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유럽서 공공주택 해법 찾다. 서울의 미래는 함께 사는 집에서 시작된다
서울시장이 서울형 공공주택의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을 찾았다. 오세훈 시장은 유럽 최대 공공주택 도시 중 하나인 빈에서, 소득과 세대를 아우르는 ‘소셜믹스’와 도심 유휴지 활용 모델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오 시장은 2일(현지시간), 옛 북부철도역 부지를 재생한 ‘노르트반호프’ 지구를 방문했다. 19세기 화물야적장이던 이곳은 지금, 청년과 신혼부부가 사는 활기찬 공공주택 단지로 탈바꿈했다. 사우나, 파티룸, 음악연습실, 텃밭까지—청년들이 꿈꾸는 삶이 그대로 담긴 ‘융에스 보넨’은 특히 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빈시는 1차 개발로 5000세대를, 2차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5250세대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임대가 3분의 2, 민간임대 및 분양이 3분의 1이라는 균형 있는 구조도 인상적이다.
오 시장은 “서울도 유휴 철도 부지, 차고지, 간선도로 위 등 도심 속 틈새 공간을 활용한 주택공급을 준비 중”이라며, 서울만의 방식으로 ‘함께 사는 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공공주택 7만4000호를 공급해왔다. 앞으로는 공급 확대는 물론, 품질 개선과 다양한 계층의 어울림을 목표로 소셜믹스와 노후임대 재정비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길도 따뜻해야 한다"…'GO SEOUL' 교통디자인 구상도
공공주택뿐 아니라 교통시설의 디자인 혁신도 이번 유럽 방문의 주요 과제다. 오 시장은 빈 중앙역과 마리아힐퍼 거리에서 다국어 표지,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 안내 등 정보디자인과 접근성 개선 사례를 꼼꼼히 살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교통통합브랜드 ‘GO SEOUL’ 프로젝트는 이미 표지체계 개선, 디자인 고도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오 시장은 “걷는 길과 머무는 공간도 서울의 얼굴”이라며, 보행자 중심의 거리 디자인에 대한 구상도 밝히고 돌아올 예정이다.
“집이 따뜻하고, 길이 안전하며, 마주보는 사람들이 다정한 도시”
빈에서 받은 영감을 서울에 어떻게 담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철길 위의 기적”…오스트리아 빈 ‘노르트반호프 지구’

“녹색 숲길을 지나면, 다양한 이웃들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 펼쳐집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노르트반호프(Nordbahnhof) 지구’는 과거 철도 물류기지였던 황량한 땅이, 오늘날에는 생태와 공동체, 그리고 주거가 어우러진 도시 속 낙원으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공공주택 개발 모델이다.
노르트반호프 지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단계적으로 개발돼 약 85헥타르 규모의 철도 유휴부지가 ‘사람을 위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단순한 주거 공급을 넘어,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사는 ‘소셜믹스(Social Mix)’ 방식이 핵심이다. 중산층,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공공임대와 민간주택이 자연스럽게 섞인 주거단지를 이룬다.
또한 이 지역 한가운데 자리잡은 ‘프레야 공원(Freie Mitte)’은 자연생태를 복원해 도심 한복판에서 새와 곤충, 풀벌레가 서식하는 녹색섬 역할을 한다.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중심에 두고, 트램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초점을 맞춘 설계 역시 유럽식 친환경 도시계획의 모범답안으로 손꼽힌다.
서울시는 최근 이 같은 빈의 공공주택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 내 차량기지나 철도변 유휴지를 활용해 서울형 ‘노르트반호프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주택공급을 넘어, **“고급화된 공공주택, 계층 통합형 커뮤니티 조성”**이 서울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 차량기지, 창동 차량기지 등도 재개발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생태축·공원과 주거가 결합된 미래형 주거단지가 이르면 2030년대 중반 등장할 전망이다. 버려졌던 철길이 삶의 터전으로, 단절된 공간이 소통의 마을로.노르트반호프 지구는 도시재생이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미래 도시 실험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