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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발견된 ‘만취 라쿤’, 웃음이 기부가 되기까지

김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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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에서 모금으로…미국 동물보호소, 굿즈 판매로 2억 원 넘게 모아
만취한 라쿤 [AI생성 이미지]
만취한 라쿤 [AI생성 이미지]

 

미국 버지니아주 한 주류 판매점 화장실에서 술에 취한 채 발견된 라쿤 한 마리가 온라인 밈으로 확산되며, 동물보호를 위한 기부금 약 2억3000만 원을 모았다. 우연한 해프닝이 지역 사회의 기부로 이어진 사례다.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 동물보호소는 지난 11월 말 발생한 이 사건을 계기로 ‘만취 라쿤’ 일러스트를 활용한 굿즈 판매 캠페인을 진행했다. 티셔츠와 텀블러 등 상품은 공개 직후부터 주문이 몰렸고, 모금액은 약 15만6000달러에 달했다.

 

사건은 한 주류 판매점 직원이 출근해 매장을 정리하던 중 시작됐다. 천장 위에 있던 위스키 병 여러 개가 깨져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술에 취해 움직이지 못하는 라쿤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조사 결과 라쿤은 천장 타일을 뚫고 들어와 진열된 술을 마신 뒤 탈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한 동물 통제관은 “현장이 마치 파티가 끝난 뒤 같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라쿤은 큰 부상 없이 보호소에서 회복 시간을 보냈고,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자연으로 돌아갔다.

 

보호소는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변기 옆에 늘어진 라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고, 사진은 빠르게 공유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보호소는 이 관심을 일회성 화제로 남기지 않고 기부로 연결하기로 했다.

 

굿즈 판매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냈다. 캠페인 시작 하루 만에 1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이 모였고, 이후에도 주문이 이어졌다. 라쿤이 발견된 주류 판매점 역시 이를 계기로 지역 이벤트와 한정 메뉴를 선보이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하노버 카운티 동물보호소는 모금액을 유기·야생동물 보호, 구조 인력 운영, 치료 환경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보호소 측은 “예상치 못한 관심이 동물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웃음은 오래 남지 않지만, 쓰임은 남는다

한 장의 사진은 잠깐 웃고 지나갈 수 있다.하지만 그 웃음을 기부로 바꾼 선택은 오래 남는다.
라쿤은 다시 숲으로 돌아갔고,남은 것은 보호소를 지탱할 자원과 사람들의 기억이다.
가벼운 관심이 사회를 조금 단단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김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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