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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역사, 300년 앞당겨졌다…1450년대 조리서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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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역사, 300년 앞당겨졌다…1450년대 조리서에서 확인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입력
조선 전기 『산가요록』 속 ‘침백채’가 현존 최고(最古) 배추김치 기록… ‘머위’로 잘못 알려진 백채 해석 뒤집혀
1450년대 조선 초기 요리책인 산가요록의 침백채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요리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450년대 조선 초기 요리책인 산가요록의 침백채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요리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배추김치의 역사가 기존 학계 정설보다 약 300년 앞선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연구를 통해 15세기 중반 조선 전기의 요리서인 『산가요록(山家要錄)』 속 ‘침백채(沈白菜)’ 조리법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제조 기록임을 확인했다고 12일 전했다.

 

‘머위’로 알려졌던 백채, 사실은 배추

 

그동안 학계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이 1766년에 저술한 **『증보산림경제』**의 ‘숭(菘) 물김치’가 배추김치의 시초로 알려져 왔다. 

이는 『산가요록』 속 ‘백채’를 배추가 아닌 ‘머위’로 해석한 기존 견해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책임연구원은 한국과 중국 고문헌을 비교·분석한 결과, 홍만선이 중국 농서 『신은지』, 『한정록』 등을 참고하면서 백채를 머위로 잘못 표기한 것이 혼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명나라 화가 심주가 그린 배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제공]
명나라 화가 심주가 그린 배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제공]

문헌 분석으로 드러난 조선 전기 배추김치

 

『산가요록』의 침백채 조리법에는 깨끗이 손질한 백채에 소금을 뿌려 절이고, 씻은 뒤 다시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붓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는 오늘날 배추김치의 절임 방식과 유사하다.
박 연구원은 백채가 머위가 아닌 배추라는 점을 식물 재배 방식과 식감, 조리법 차이를 근거로 입증했다. 

 

배추는 모종을 기름진 밭에 옮겨 심어야 하며, 절임과 발효에 적합한 연한 잎을 가진다.

 반면 머위는 야생 재배가 가능하고 섬유질이 질겨 절임 형태로 소비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고려 말기까지 거슬러갈 가능성

 

이번 연구는 배추가 이미 조선 전기, 더 나아가 고려 말기부터 한반도에 전해져 귀한 식재료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당시 배추는 약재나 의례용으로도 쓰였으나, 김치 제조법 역시 광범위하게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백채=머위’라는 오해는 바로잡히고, 한반도 배추 재배와 김치 문화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 공백이 메워졌다.

 

학문적·문화적 의미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식문화의 기원 규명에 그치지 않고, 조선 전기 농업과 식생활, 나아가 동아시아 작물 교류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배추김치가 조선 전기부터 이미 우리 식탁에 올랐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며 “김치의 역사적 가치와 전통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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