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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용 시간’보다 더 위험한 건 ‘중독성 패턴’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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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신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폰·게임 사용 습관
핸드폰을 하고 있는 틴에이저 [퍼블릭 도메인]
핸드폰을 하고 있는 틴에이저 [퍼블릭 도메인]

최근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게임 사용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해외 대규모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흔히 “하루 몇 시간을 쓰느냐”에 관심을 두지만, 실제로는 단순 사용 시간이 아니라 "시간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독성 패턴’이 자살 충동이나 행동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다.

 

단순 사용 시간보다 ‘중독성 궤적’이 문제

 

미국 청소년 4,000여 명을 4년간 추적한 조사에서는, 전체의 약 3분의 1이 11세 무렵부터 이미 중독적 사용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비디오게임,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인 매체였는데, 절반 가까이는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았고, 40% 이상은 게임에, 또 상당수는 소셜미디어에 강하게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중독성 사용 궤적을 가진 청소년일수록 자살 충동이나 실제 행동에 나설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하루 몇 시간을 썼는가로는 이러한 위험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생활 습관 속 작은 허용이 더 큰 위험

 

특히 연구자들은 식사 시간이나 잠들기 직전의 스마트폰 사용을 경계했다. 

많은 가정에서 “밥 먹을 때만 잠깐”, “잘 때 잠깐”처럼 예외를 두지만, 오히려 이 시간이 중독성과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휴식·회복 시간을 침범하는 순간, 청소년의 뇌와 정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감지된다. 교육부와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10명 중 6~7명, 고등학생 10명 중 절반 이상이 매일 2시간 이상 인터넷과 게임을 이용한다. 단순히 평균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언제·어떻게 쓰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이유다.

 

정신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장시간 스마트폰을 잡고 있으면 수면 시간이 줄고, 이는 곧 주의력 저하와 충동성 증가로 이어진다.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모바일 기기를 오래 사용한 아동이 2년 뒤 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국 ‘중독성 패턴 → 수면 부족 → 충동성 증가 → 정신 건강 악화’라는 악순환이 굳어진다.

 

대응 방안: 가정과 제도의 이중 안전망

 

전문가들은 우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원칙을 강조한다. 

식사·취침 시간의 사용 금지

신체 활동 증가

심리·행동 중재 프로그램 참여


이와 함께 사회적·제도적 대응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소셜미디어 플랫폼 가입 최소 연령은 14세로 설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더 어린 나이부터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됐다. 

연구진은 사용 연령 제한 강화, 사용 시간 관리, 중독성 패턴을 조기 발견하는 선별 검사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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